동물은 고기가 되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동물은 고기가 되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3-12-08 00:21
수정 2023-12-0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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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동물/김도희 지음/은행나무/312쪽/1만 8000원

인간 기준 따라 반려·실험용 분류
생명을 죽이고 먹는 죄책감 지워
동물권 인식하고 공생 방법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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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였다 치자. 형법상 어떤 죄를 범하는 걸까. 정답은 재물손괴죄다. 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럼 동물을 훔치면? 이건 쉽다. 절도죄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동물의 지위는 노트북과 같다. 원래는 노트북을 손괴했을 때보다도 형량이 낮았다. 그나마 2021년 동물보호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겨우 노트북의 지위까지 올라서게 됐다.

새 책 ‘정상동물’은 동물의 권리를 새로 인식하고 동물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정상동물’이란 인간의 기준에 따라 분류된 동물군을 뜻한다. 예컨대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 소·돼지는 농장동물, 쥐는 실험동물, 돌고래는 전시체험동물 등으로 분류된다. 저자는 이를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라고 명명한 뒤 이런 논리 때문에 동물이 ‘죽여도 되는 존재’로 취급받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과 인간은 지구를 공유하는 공동생활자다. 그러니 각자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유지한 채 권리를 재구성하고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마트에 포장된 ‘고기’를 무심하게 집어 들지만 그 ‘고기’가 동물의 사체라는 사실은 좀처럼 인지하려 들지 않는다. 등심, 족발 등의 용어로 치환된 소와 돼지의 ‘시체 부위’는 그저 ‘고기’로 무심하게 인식될 뿐이다. 이처럼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는 동물의 죽음을 인간의 의식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생명을 죽이고 먹는다’는 죄책감을 지운다고 지적한다.

‘동물권 변호사’로 불리는 저자는 국내 대표적 축제인 산천어축제를 포함해 돌고래쇼, 수의대 실험실 등을 고발한 바 있다. 저자는 “오늘날 기후·생태·식량위기는 동물을 ‘죽여도 되는 존재’로 취급하며 그들을 희생시켜 온 것에 대한 청구서”라며 “우리에게는 세계 곳곳에서 신음하는 동물의 고통에 유대와 사랑이든, 윤리와 정치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동물권으로든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3-12-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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