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정은귀 지음
민음사/304쪽/1만 7000원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정은귀 지음
마음산책/224쪽/1만 5000원
영문학자 정은귀 교수 산문집 두 권시 읽기의 재미·기쁨 교감할 수 있어
‘환한 날’ 열어갈 용기를 내게 주더라
최근 산문집 두 권을 나란히 펴낸 영문학자 정은귀(작은 사진) 한국외대 교수는 이생진 시인의 시 ‘흰 구름의 마음’에서 물러서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구름의 담대함, 그 길에서 만나는 것들에 상처를 내지 않고 스며드는 여유를 읽어 낸다. 사진은 관련된 삽화로 책에 담긴 앙리에드몽 크로스의 ‘분홍색 구름’(1896).
민음사·마음산책 제공
민음사·마음산책 제공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오래 참고 온유하며 자랑하지 않는 사랑의 방식을 남루한 어느 저녁 내 곁에 떨어진 낙엽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중략) 각자의 불완전함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사랑이며 각자의 난처함과 남루함을 있는 그대로 껴안는 정직한 사랑입니다.”(‘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글편들은 그의 심중을 파고들었던 시와 시를 사유의 통로로 삼아 타인의 아픔을 보듬고 사회의 불합리를 짚어 내는 산문을 짝짓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타성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깨쳐 나가는 시 읽기의 재미와 기쁨’을 교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시를 읽는 이도, 시를 읽으려는 마음도 희귀해진 요즘, 세상의 참혹을 일깨우면서도 ‘환한 날’을 열어 갈 용기를 주는 시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낯선 시의 땅으로 한 발 내디뎌 보게 한다. 시를 읽어 가는 길은 곧 삶을 풍요롭게 감각하고 단단히 밟아 가는 여정임을 그는 이런 말로 들려준다.
“그러고 보니 시는 매일 넘어지는 제게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새로 시작하는 어떤 힘을 주었네요. 어떤 당혹, 어떤 슬픔, 어떤 위태와 어떤 불안을 시를 읽으며 건넜네요. ··· 이 세상을 하루하루 건너는 일은 쉽지 않지만, 늘 어렵고 고되고, 답 없는 길 같아 혼자 입을 앙다물지만, 그 길에 시가 있어서 저는 다시 또 새로운 눈을 뜨고 크게 깊은 호흡 하고 끄덕끄덕, 다시 웃네요. 여러분에게도 시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2023-07-21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