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말기 환자 샬롬 감사의 눈물
중동의 ‘의료 강국’인 이스라엘에서도 수술을 포기한 말기 간경화 환자가 한국에서 새 삶을 찾았다.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지난 1월 이스라엘 의료진의 추천을 받고 병원을 찾은 말기 간경화 환자 하자즈 샬롬(69)에게 아들 하자즈 리오(39)의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17일 밝혔다.
샬롬은 B형 간염으로 인한 말기 간경화로 2010년부터 이스라엘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고령인 탓에 신체기능이 크게 떨어져 배에는 복수가 차오르고 가벼운 뇌병증도 나타나는 등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시급히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라스키병원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이지만 극도로 상태가 악화된 고령의 샬롬을 치료하기 위한 고난도 이식수술은 불가능했다. 지난해 5월 서울아산병원에서 2주간 연수를 받으며 간이식팀의 수술과정을 직접 보고 돌아간 내쉬매니 교수는 이 병원에서의 수술을 제안했다. 이어 리처드 나카쉬 수라스키병원 장기이식 총괄교수는 지난해 8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샬롬의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들 리오는 아버지를 위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수라스키병원 의료진과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환자와 기증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과 검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수술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샬롬과 가족들은 1월 중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샬롬은 병원에서 지난 1월 26일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 2월 15일 퇴원했다. 퇴원을 앞둔 지난 5일에는 샬롬과 아들 리오를 비롯한 가족들이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간이식팀을 위해 직접 작성한 감사편지를 읽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샬롬은 “수라스키병원 의료진이 서울아산병원이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고 추천했다”며 “수술 요청에 선뜻 응해준 병원 간이식팀에게 감사 드린다”라고 말했다. 정동환 간이식·간담도외과 부교수는 “국적을 초월해 간이식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수술을 제공해 세계 간이식 수술의 메카라는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