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영국’ 뒤통수 친 스파이… ‘소련 영웅’으로 죽다

‘007의 영국’ 뒤통수 친 스파이… ‘소련 영웅’으로 죽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12-27 20:52
수정 2020-12-2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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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이중간첩’ 조지 블레이크 사망

MI6 소속으로 동료 정보 소련에 넘겨
42년형 선고받고 수감… 5년 만에 탈옥
한국전쟁 때 北포로… 공산주의로 전향
푸틴 “빼어난 용기 지녔던 사람”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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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소련의 이중 스파이였던 조지 블레이크가 생전인 2001년 6월 러시아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과 소련의 이중 스파이였던 조지 블레이크가 생전인 2001년 6월 러시아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냉전시대 대표적인 이중간첩으로 알려진 조지 블레이크가 사망했다고 BBC가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98세.

네덜란드 출신으로 스페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블레이크는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 소속으로 소비에트연방(소련) 공작원으로 활동한 전력으로 유명하다. 고인은 동유럽에서 활동하는 MI6 소속 대원 40여명 등 500명 이상의 서방 공작원 정보를 소련에 넘기며 냉전시대 서방의 정보작전에 큰 타격을 줬다. 또 동베를린으로 통하는 지하터널에 영국과 미국이 군사용 도청 장치를 설치한다는 기밀을 빼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1961년 소련의 간첩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며 그는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42년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1966년 탈옥해 러시아로 건너갔다. 수감된 지 5년 만에 일어난 그의 탈옥으로 영국 정부는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그레고리 이바노비치라는 이름을 갖고 첩보원 교육 등으로 여생을 보냈고, 옛 국가보안위원회(KGB) 중령 출신으로 연금도 받았다.

고인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뒤 공산주의자로 전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주한 영국 대사관 부영사였던 그는 북한 인민군 포로로 3년간 잡혀 ‘자본론’ 등을 탐독했고,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등을 보고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전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만약 공산주의 체제가 승리한다면 전쟁이 종식될 것이고, 그것이 인류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련은 그를 ‘국민 영웅’으로 대접했지만, 영국에서는 평생 배신자로 인식됐다. 이에 대해 고인은 “나는 한 번도 거기(영국)에 속해 본 적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자신을 영국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영국을 배신한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탁월한 전문가이자 빼어난 용기를 지닌 사람”이라며 블레이크의 죽음을 애도했고, 영국 정부는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12-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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