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 ‘부르카’ 안 입은 여성 총살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 ‘부르카’ 안 입은 여성 총살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8-18 18:14
수정 2021-08-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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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보도

“부르카 안 입고 외출 여성에 무장세력 총 쏴”
피투성이돼 쓰러진 여성 곁에서 부모 오열
탈레반 대변인 “부르카 입을 필요 없을 것”
정작 부르카 미착용 여성 협박 당해 강제 귀가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한다더니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한다더니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총격에 피투성이가 된 채 숨진 아프간 여성과 가족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부르카 입고 무릎 꿇은 여성 자료사진. 픽사베이
부르카 입고 무릎 꿇은 여성 자료사진. 픽사베이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이 부르카를 입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18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한 남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끌어안은 채 비통해하는 사진이 찍혔다.

폭스뉴스는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포용적 시대를 열겠다고 탈레반이 약속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첫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복장 문제로 총에 맞아 여성이 숨지면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주장하는 온건 통치에 회의적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눈 부위만 망사로 된 부르카 입은 카불 여성들. AFP 연합뉴스
눈 부위만 망사로 된 부르카 입은 카불 여성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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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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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탈레반, 머리카락만 가리면 된다더니
부르카 가격 10배 급등
탈레반은 과거 5년(1996∼2001년) 집권기에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를 박탈했고, 외출할 경우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하며 부르카가 아닌,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르카 미착용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진이 퍼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슬람 신도 탈레반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이 그럼 그렇지” “탈레반 말은 절대 믿을 게 못 된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인도 매체인 인디아투데이는 탈레반 귀환 후 카불의 부르카 가격이 10배나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모델 비다 사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재배포 및 DB 금지
아프간 모델 비다 사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재배포 및 DB 금지
12살 소녀, 탈레반 남성과 강제 결혼
아프간 출신 모델 “희망이 없다” 도움 호소
탈레반은 전사와 결혼시킬 12세부터 45세 미만의 여성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을 당시 그들은 이슬람 율법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하는 샤리아 법을 시행했다. 법보다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종교 칙령에는 ‘12세 소녀부터 45세 미만의 과부를 정부가 소유하게 해 이번 점령에 기여한 전사들에게 선물해준다’라고 적혀 있다. 이로 인해 12살 소녀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이 강제 결혼을 당했다.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 집을 떠날 수 없고, 일을 하거나 공부할 수도 없다.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규칙을 어긴 여성들은 탈레반의 종교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고, 공개 처형을 당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모델 비다는 지난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2살 여자 아이를 탈레반과 결혼시키는 집단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여자를 도울 수 있느냐”면서 “아무것도 못하게 할 거고, 돈을 벌 수 없으니 밥도 못 먹을 것이다. 희망이 없어지는 느낌이다”이라고 비통해했다. 비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다른 나라로 떠났고, 비다의 부모님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비다는 “2021년인데 나라가 이렇게 된 걸 보니까 너무 마음 아프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변에서조차 부르카를 쓴 채 앉아 있는 여성 자료사진. 픽사베이
해변에서조차 부르카를 쓴 채 앉아 있는 여성 자료사진. 픽사베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 15일 밤 늦게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미군 수송기 안에 화물 대신 태워진 640명의 아프간인들 모습이다. 미군 항공수송대 제공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 15일 밤 늦게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미군 수송기 안에 화물 대신 태워진 640명의 아프간인들 모습이다. 미군 항공수송대 제공 AFP 연합뉴스
탈레반의 국외 공식 대변인 수하일 샤힌.  트위터 캡처
탈레반의 국외 공식 대변인 수하일 샤힌.
트위터 캡처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고 온몸을 가린 부르카 입은 여인. 카불 EPA 연합뉴스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고 온몸을 가린 부르카 입은 여인.
카불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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