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없었다”… 청년들의 분노

“봄은 없었다”… 청년들의 분노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2-15 22:54
수정 2016-02-1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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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아랍의 봄 5주년’ 반정부 시위 “수니파 왕정 철권통치 여전… 퇴진하라”

시아파 수천명 페인트 폭탄·화염병 투척

경찰과 충돌… ‘종파 간 내전’ 확전 우려

입헌군주국 바레인에서 2011년 촉발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화염병과 페인트 폭탄이 등장한 시위에서 이슬람 시아파 시위대는 소수 수니파 지배층을 대변하는 왕정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자칫 종파 간 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바레인 수도 마나마 남부의 시아파 거주지를 중심으로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아랍의 봄 봉기 당시 중심지였던 펄 광장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청년 수백명이 이끄는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는 인근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화염병을 투척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주요 길목을 선점한 진압 경찰의 최루가스에 막혀 하루 만에 해산했다. 바레인 경찰은 시위를 주도하고 공공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미성년자 등이 포함된 청년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레인의 정치 상황을 거론하며 이번 시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바레인에선 1999년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가 왕위에 오른 뒤 철권 통치가 이어지고 있다. 의회도 왕정의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에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에는 걸프지역 국가 중 가장 많은 15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하지만 하마드 국왕은 같은 수니파 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얻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3000명 이상이 투옥됐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바레인에서 폭력과 고문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바레인을 미국의 불쾌한 우방으로 꼽았다.

바레인의 시위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대결구도가 확고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마드 국왕은 수니파의 비호를 받고 있어 국민의 다수를 이루는 시아파는 늘 왕정에 불만을 품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적 충돌 속에 바레인 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테러조직을 검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지금까지 바레인 내정에 표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으나, 입장을 바꿀 경우 언제든지 내전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6-02-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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