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있는 역사학자’ 다나카 마사타카 日 센슈대 교수
100년 지나 생존자·기록 학자 떠나
후세 기억 위해 민간서 보관 과제
방위성 내부 등 관련 자료 있지만
日정부, 공문서 관리 제대로 안 해
당시 민간인도 조선인 학살 가담
유언비어 확산 방치한 정부 책임
“일본 정부는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실을 앞으로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하루 앞둔 31일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한 카페에서 만난 다나카 마사타카(57) 센슈대 문학부 교수는 학살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가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나카 교수는 1993년 간토대지진 70주년 기념식을 도운 것을 계기로 조선인 학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현재까지 관련 연구와 강연을 하며 이 문제를 일본 사회에 알리는 데 30년 동안 힘써 왔다.다나카 마사타카 센슈대 문학부 교수
●“日 정부, 시간이 흘러 잊히기만 바라”
특히 군대가 학살에 가담한 사실은 조선총독부에 관련 기록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 정부는 “정부 내 학살 기록이 없다”며 역사를 회피하고 있다. 다나카 교수는 “방위성 내부 등에 관련 자료가 있는 걸로 알지만 그런 문서조차 없다고 부정하는 것 자체가 공문서 관리를 제대로 안 한 정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생각하면 정부 스스로 신용도를 떨어뜨리면서까지 조선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일본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걸 듣기 싫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나카 교수는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 문제가 시간이 흘러 잊히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간토대지진 발생 이전에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반발하는 독립운동과 노동운동이 강해지고 있던 터라 조선인 학살이 이미 자행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불을 지른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되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지 않고 내버려 뒀다. 당시 계엄령을 내렸던 일본 정부는 오히려 소문이 퍼지도록 도왔다고 다나카 교수는 지적했다. 조선인의 저항이 거세지는 가운데 발생한 간토대지진과 유언비어를 일본 정부가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맨 처음 유언비어를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언비어가 확산하도록 방치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인까지 학살에 가담한 것은 유언비어를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고 믿게끔 한 정부 탓으로 봤다. 또 조선인 학살을 ‘정당방위’로 여기도록 했다고 다나카 교수는 분석했다. 일본 역사교과서도 학살 사실을 다루긴 하지만, ‘혼란 중에 일어난 일’ 정도로 기술해 마치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비판했다.
●“日, 피해자 숫자 제대로 조사해야”
‘양심 있는 역사학자’ 다나카 교수는 “6000여명이라는 조선인 희생자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게 일본 내셔널리스트(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이라며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조선인 학살 피해자의 숫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것이 문제로 이것부터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3-09-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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