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교사 수난시대
정신질환 이직 역대 최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량, 교권 하락 등으로 인해 정신 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이직한 일본 교사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일본 교육계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 캡처
서울 서이초 교사 사건 발생으로 ‘교권 침해’ 논란이 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이직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교사에게 비상식적인 요구와 행동을 하는 학부모들을 가리키는 ‘몬스터(괴물) 학부모’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교사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29일(한국시간)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공립 초중고교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자리를 옮긴 교사가 2021년 한해 95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문부과학성이 전날 발표한 학교 교원 통계조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정신질환을 이유로 이직한 공립학교 교사 수는 3년 전인 2018년보다 171명 늘었다.
2009년과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또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공립학교 교사의 숫자는 1만 994명이다.
실제 조사 결과, 상당수 교사들이 재직 중 교권 침해로 스트레스가 극한 수준에 달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교권 침해 문제로 치료나 상담 등을 받았다고 답한 사례도 많이 있었다.
문부과학성은 “교사의 정신건강 대책 수립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업무 개선을 비롯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직을 희망하는 이들도 줄었다.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 경쟁률은 2000년 12.5대 1에서 지난해 2.5대 1까지 떨어졌다. 오이타현 등 일부 도시에선 아예 지원자 수가 모집 인원을 밑도는 일도 벌어졌다.
전국 교사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도쿄도와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의 일부 지역 교육청은 올해부터 대학 3학년생도 교원 채용 1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7년 일본 후쿠오카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장면이 촬영,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영상 속 교사는 학생에게 멱살까지 잡혀 비명을 질렀지만 이를 지켜본 학생들은 오히려 박수를 치며 웃었고, 일부 학생들은 영상을 촬영하는 등 조롱했다.
이 같은 교권 하락 문제에 더해 교사의 지나친 업무량 증가, 업무 내용의 고도화 등의 여파로 현지 초중고교 교사 지원자가 급감하는 등 교사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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