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스 성폭력 사건에 침묵한 日 주류 언론 ‘뭇매’ [특파원 생생리포트]

자니스 성폭력 사건에 침묵한 日 주류 언론 ‘뭇매’ [특파원 생생리포트]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3-05-02 01:46
수정 2023-05-0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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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이용 아이돌 연습생 성착취
BBC 3월 방영하자 오카모토 폭로

자니스 연예인 출연 차질 빚을까
방송국·잡지 관련 보도·취재 꺼려
뒤늦게 “자숙하고 교훈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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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성 아이돌 기획사인 자니스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했던 오카모토 가우안이 지난 4월 1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창립자인 자니 기타가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일본 남성 아이돌 기획사인 자니스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했던 오카모토 가우안이 지난 4월 1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창립자인 자니 기타가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일본 아이돌 업계의 대부 ‘자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폭로 이후 일본 주류 방송과 신문이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문화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한국인이라면 ‘자니스’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일본 남성 아이돌 기획사인 ‘자니스’의 설립자인 자니(본명 기타가와 히로무)는 ‘스맙’, ‘아라시’ 등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유명 그룹을 탄생시켰다. 자니는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87세로 숨졌지만 그가 키운 아이돌 그룹은 일본 연예계의 주류로 자리잡는 등 그 영향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자니는 화려한 가면 뒤에서 아이돌 연습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성착취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월 영국 BBC는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자니가 연습생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자니스 출신의 오카모토 가우안은 지난 4월 12일 일본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 나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자니스 주니어’로 활동할 때 자니에게 15~20회가량 성적 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본 주류 언론이 비난받는 것은 그동안 자니의 성비위를 쉬쉬해 왔기 때문이다. BBC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피해자가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폭로 회견을 열고 해외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가 이어지자 역으로 일본 언론이 외신 보도를 재전달하고 있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TV아사히 시노즈카 히로시 사장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뉴스는 안건마다 판단해 대응하고 있다”며 일부러 자니 성적 학대 보도를 피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사사키 다카시 TBS 사장도 정례브리핑에서 “(보도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방송국이 자니의 성착취 사실에 대한 보도를 꺼린 것은 자니스 소속 연예인의 출연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1999년 일본 주간지 슈칸분의 자니 성착취 폭로 당시 기획사 자니스는 슈칸분을 비롯해 관련 매체들의 소속 연예인과 관련된 모든 취재를 막았다.

주류 매체의 뒤늦은 반성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15일 사설에서 “지위와 힘을 이용해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은 소년들의 약점을 노린 비열한 행동이 밀실에서 되풀이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타가와에 대한 성적 피해 증언은 이전부터 나왔고 이는 일부 주간지들이 중심이었다”며 “언론의 취재와 보도가 충분했는지 우리부터 자숙하고 향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23-05-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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