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정치인 연설하는데 강제로 껴안고 입맞춘 日40대 현장 체포

女정치인 연설하는데 강제로 껴안고 입맞춘 日40대 현장 체포

김태균 기자
입력 2023-03-15 09:50
수정 2023-03-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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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추행 등 여성 정치인 성적 괴롭힘 심각”
지방의원 출마 예정 30대 여성 거리에서 날벼락
70대 男의원, 20대 女의원 술집 성추행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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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부가 12일 공개한 정치인 괴롭힘 방지 드라마 동영상. 지방의원에 입후보한 29세 여성이 유세 도중 남성 유권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 화면 캡처
일본 내각부가 12일 공개한 정치인 괴롭힘 방지 드라마 동영상. 지방의원에 입후보한 29세 여성이 유세 도중 남성 유권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 화면 캡처
여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 등의 성적 괴롭힘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거리 연설을 하던 선거 입후보 예정자가 낯선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5일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다음 달 열리는 통일지방선거 출마 예정의 30대 여성에게 다가가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춘 40대 남성 A씨를 강제추행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6시쯤 세타가야구에서 거리 연설을 하고 있던 와카바야시 리사(36)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며 접근해 억지로 껴안고 와카바야시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갖다 댄 혐의를 받고 있다.

와카바야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 후보로 도쿄도 세타가야구 의원직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A씨는 현장에 있던 유권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거리 연설을 하고 있는 와카바야시 리사 트위터
거리 연설을 하고 있는 와카바야시 리사
트위터
와카바야시는 사건 다음 날인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제 거리 연설 도중 강제 추행을 당했다. 모르는 남성이 사진을 찍자며 다가오더니 갑자기 끌어안고 억지로 키스를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엄청난 쇼크를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앞을 향해 힘을 내겠다”고 적었다.

와카바야시는 대학 졸업 후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다 올해 1월 정치인 변신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용서 못 할 비열한 행위” 등 가해 남성 A씨에 대한 비난과 “힘내세요” 등 와카바야시에 대한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번 일로 일본의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적 괴롭힘 문제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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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에서 개최된 일본유신회의 참의원 선거 거리연설회에서 이노세 나오키(왼쪽) 전 도쿄도 지사가 에비사와 유키 입후보 예정자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12일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에서 개최된 일본유신회의 참의원 선거 거리연설회에서 이노세 나오키(왼쪽) 전 도쿄도 지사가 에비사와 유키 입후보 예정자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일본의 여성 정치인에 대한 남성 유권자 및 동료 정치인들의 괴롭힘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2017년 여성 지방의원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0% 정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노세 나오키(76·일본유신회) 전 도쿄도 지사가 거리 연설회에서 같은 당 후보 에비사와 유키(49)의 어깨와 가슴, 머리카락 등을 손으로 만져 큰 파문을 불렀다.

같은 당의 여러 후보들과 함께 나온 그는 자기 발언을 마친 뒤 마이크를 에비사와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그의 어깨와 머리카락을 차례로 만지더니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 툭툭 치는 행위를 했다.

정치를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이 나올 만큼 성적 괴롭힘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달에는 대학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여성의원 학대 상담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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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부가 12일 공개한 정치인 괴롭힘 방지 드라마 동영상. 29세 여성 의원이 70세 남성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 화면 캡처
일본 내각부가 12일 공개한 정치인 괴롭힘 방지 드라마 동영상. 29세 여성 의원이 70세 남성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 화면 캡처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2018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폭로했던 도쿄도 마치다시 의원 히가시 도모미(38)는 “남성 유권자와 악수할 때 손을 매만지거나 팔에서 시작해 겨드랑이까지 손을 타고 올라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밤이면 술에 취한 사람에게 강제로 안겼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월 실제 있었던 성적 괴롭힘 사례 1324건을 바탕으로 정치인 학대 방지 드라마를 제작,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지방의회의 70세 남성 의원이 “여자는 젊고 예쁘면 당선될 수 있으니까 좋지”라며 여성 의원(29)을 노래주점으로 데려가 어깨에 팔을 걸고 노래를 같이 부를 것을 강요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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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자신이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SNS에서 공개적으로 폭로했던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 시의회 의원 히가시 도모미. <히가시 의원 트위터>
2018년 자신이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SNS에서 공개적으로 폭로했던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 시의회 의원 히가시 도모미. <히가시 의원 트위터>
도쿄도의 한 기초단체 여성 의원은 지역 내 영향력 있는 인사로부터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이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내용의 성희롱 편지와 T셔츠를 전달받기도 했다.

젊은 여성 정치인의 SNS에서 남성 유권자들이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다반사이고, 일부는 성관계에 대한 자기 경험을 고민 상담인 것처럼 늘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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