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에 빨리 늙는 日
1년새 5%↓… 40년 만에 ‘반토막’日여성, 일·가사·육아 감당 한계
저출산 속도 예상보다 10년 빨라
보험료 인상 등 부담 가중 불가피
기시다, 男육아참여 유도 추진에
“교육비 경감 등 속도 완화 대책을”
일본 도쿄도 기타신주쿠에 있는 9㎡의 극소원룸 내부 모습. 저렴한 월세로 인기가 많다. 일본 젊은층이 경제적 불안으로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면서 지난해 일본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80만명 선이 깨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일본 출생아 수(속보치)는 전년 대비 5.1% 감소한 79만 9728명이었다. 80만명 선이 깨진 것은 일본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이다. 1일 요미우리신문은 “1982년 일본 출생아 수 151만 5000명에서 40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금 등 사회보장비만 현재 약 130조엔(약 126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미래 세대가 줄어들면 보험료 인상 등의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일본의 저출산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급격히 빨라진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력 저하’가 꼽힌다.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경제 현실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래’를 꿈꾸는 건 불안하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일본 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경제 심리도 어두워졌다. 2019년 60만건을 넘은 일본 내 혼인 건수는 2020년 52만 5000건, 2021년 50만 1000건으로 급감하다 지난해 51만 9823건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역대 최저 출생아 수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위기 상황”이라며 “저출산 현상을 반전시키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육아 정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달 말까지 남성의 육아 참여를 촉구하는 근무 방식 개선과 전업주부의 보육원 이용 확대, 출산지원금 인상 등 저출산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기시다 내각의 이러한 저출산 대책이 과거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근본적으로는 경제 성장을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만큼 정책 방향을 저출산 속도를 완만히 낮추는 데 두고 이를 위한 묘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자녀를 키울 때 가장 부담이 되는 교육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후생노동성 관료 출신인 오오이즈미 히로코 전 중의원은 “교육비가 많이 들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며 “차라리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는 게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2023-03-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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