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는 맞아야 돼” 24세 男간호조무사 집단폭행·살해한 스페인 청년들 결국

“‘호모’는 맞아야 돼” 24세 男간호조무사 집단폭행·살해한 스페인 청년들 결국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4-11-25 11:17
수정 2024-11-2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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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유죄 평결… 징역 최대 27년 구형
검찰 “잔인한 사냥… 무방비 상태 공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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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성소수자(LGBTQ+) 인권운동가들이 24세 간호조무사 사무엘 루이스의 죽음을 초래한 ‘동성애 혐오 살인’ 범죄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7.9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성소수자(LGBTQ+) 인권운동가들이 24세 간호조무사 사무엘 루이스의 죽음을 초래한 ‘동성애 혐오 살인’ 범죄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7.9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전역을 들끓게 한 ‘동성애 혐오 살인’ 사건의 가해 남성 4명이 24일(현지시간)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일간 엘파이스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스페인 검찰은 사건 주동자에게 징역 최대 27년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사건 피해자인 당시 24세 간호조무사 사무엘 루이스는 3년여 전인 2021년 7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 아코루냐(라코루냐)의 나이트클럽 밖에서 한 무리의 청년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스페인에서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배심제도가 확립된 이래 가장 긴 심의를 거친 사건 중 하나가 됐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5명 중 4명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주동자인 디에고 몬타냐와 알레한드로 프레이레, 카이오 아마랄은 가중 살인 혐의 유죄로 판단됐다. 아마랄의 경우 범행 당일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강도 혐의가 추가됐다. 알레한드로 미게스는 살인 공모 혐의 유죄였다. 함께 기소된 유일한 여성인 몬타냐의 여자친구 케이티 실바만이 무죄 평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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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벌어진 ‘동성애 혐오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이 스페인 갈리시아주 아로루냐 법원에서 그들의 변호사들과 함께 재판에 출석해 있는 모습. 2024.10.28 EPA 연합뉴스
3년 전 벌어진 ‘동성애 혐오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이 스페인 갈리시아주 아로루냐 법원에서 그들의 변호사들과 함께 재판에 출석해 있는 모습. 2024.10.28 EPA 연합뉴스


배심원단은 몬타냐 등이 피해자인 루이스의 말투와 옷차림 등으로 그가 게이라고 판단한 뒤 그에게 ‘마리콘’(maricón·여자 같은 남자 또는 남성 동성애자 비하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호모’ 정도의 뜻) 등 동성애 혐오적인 말을 퍼부었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이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실바의 경우 남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배심원단은 봤다.

피고인 측은 유죄 평결 후 항소 방침을 밝혔다. 프레이레의 변호사는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음주·마약 복용 등 경감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하겠다고 했다.

주범인 몬타냐는 이날 재판 마지막 단계에서 10분의 시간을 할애해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는 “루이스의 가족들에게 사과한다. 이 모든 일은 나 때문에 시작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폭행 사건이 루이스의 죽음을 직접 초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자신이 루이스를 땅바닥에 던졌다고 인정한 프레이레도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루이스가 나 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스페인 검찰은 루이스가 당한 치명적인 폭행에 대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사냥”이라고 표현하면서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고 추격당하다 결국 붙잡혀서 쓰러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13년에서 27년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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