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6년 전 오바마와 춤췄던 맥로린 할머니 113세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6년 전 오바마와 춤췄던 맥로린 할머니 113세로

임병선 기자
입력 2022-11-16 16:13
수정 2022-11-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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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113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미국 할머니 버지니아 맥로린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춤을 춰보겠다는 소원을 이룬 다음 해인 2016년 5월 26일 내셔널스 파크로 불러 들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미국프로야구 경기를 관전하기 전에 더스티 베이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부터 팀 유니폼을 건네받아 입어보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113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미국 할머니 버지니아 맥로린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춤을 춰보겠다는 소원을 이룬 다음 해인 2016년 5월 26일 내셔널스 파크로 불러 들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미국프로야구 경기를 관전하기 전에 더스티 베이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부터 팀 유니폼을 건네받아 입어보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과 춤 한 번 춰보겠다고 편지를 써보낸 끝에 2016년 2월 마침내 소원을 이뤄 큰 화제가 됐던 버지니아 맥로린 할머니가 113세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등졌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AP 통신은 고인이 지난 14일 오전 메릴랜드주 올니에 있는 자택에서 운명했다고 가족을 인용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영면을 기원한다. 당신이 그곳에서 들떠 춤췄던 일을 알고 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워싱턴 DC에 살던 할머니가 처음 편지를 쓴 것은 2014년이었다. “내 이름은 버지니아 맥로린입니다. 워싱턴 DC에 살고요. 1909년에 태어났답니다”로 편지는 시작했다. 이어 “대통령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요. 남부 태생이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색 인종 대통령을 살아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해서 내가 대통령님과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면 무척 기쁘고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적어 보냈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할머니는 백악관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 미셸 여사와 번갈아 춤을 추는 대단한 영예를 누렸다. “말씀드릴게요, 너무 행복합니다. 네, 흑인 대통령과 흑인 퍼스트레이디라니요.”

젊을 적 침모였던 맥로린 할머니는 “후버 대통령 이전 시기를 기억한답니다. 제 기억에 우리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곳에서 살았어요. 등잔불을 썼어요. 제 기억으론 처음 본 자동차가 포드였지요. 남편은 군대에 가 있었어요. 1941년에 남편을 여의었답니다. 그 뒤로 죽 DC에 살았는데 마틴 루서 킹 목사님이 (1968년) 암살됐을 때도 여기 살았고요”라고 털어놓았다.

또 처음 학교에 가던 날의 감격도 전했다. “아주 어렸을 적인데, 집안에 수도도 없어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야 했답니다.”

BBC는 할머니가 태어난 1909년에 있었던 일들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웰크(Welch) 5인승 투어링 차를 몰았을지 모르며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가 이륙했으며
(여성이라면) 블룸머(속치마) 입은 채 크로켓 한 게임 할 사람 외치거나
여가따위는 꿈도 꾸기 어려울 수 있었으며
매일 새 이민자가 자유의 땅 미국에 당도하는
미국이었지만 버지니아 맥로린 할머니 같은 미국인에게는 여전히 제약이 많이 따르는 나라였다. 그녀는 시민권 없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그토록 춤추고 싶어했고 뜻을 이뤄 행복해 했던 이유였다.

흑인을 뜻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1909년이 온통 나빴던 해는 또 아니었다. 유색인 진전을 위한 전국회의(NAACP)가 출범한 해였기 때문이다. 물론 113년이 흘렀지만 “인종 증오와 차별을 제거하고 모든 사람들의 정치교육 사회경제 권리를 보장한다”는 설립 목표를 얼마나 충족시켰는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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