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딸 vs 빈농의 아들… 페루 대선 ‘극과 극’ 승부수

독재자의 딸 vs 빈농의 아들… 페루 대선 ‘극과 극’ 승부수

이지운 기자
입력 2021-06-07 22:26
수정 2021-06-0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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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출신 등 정반대… 대선 결선 개표

보수 우파 후지모리·급진 좌파 카스티요
두 차례 공식 출구조사 결과 엇갈려 박빙


후지모리, 3번째 대권 도전… 1차 투표 2위
부친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 혐의로 수감
카스티요, 초등교사 출신·무명 정치 신인
4월 대선 1차 투표서 시골 빈농 몰표받아
페루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실시된 6일(현지시간) 첫 ‘부녀 대통령’에 도전하는 우파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날 수도 리마에서 투표한 뒤 기자들에게 신분증을 보여 주고 있다(왼쪽). 좌파 후보인 페드로 카스티요는 타카밤바에서 투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른쪽). 최종 승자는 오는 7월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현 임시 대통령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아 5년간 집권하게 된다. 리마·타카밤바 AP·AFP 연합뉴스
페루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실시된 6일(현지시간) 첫 ‘부녀 대통령’에 도전하는 우파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날 수도 리마에서 투표한 뒤 기자들에게 신분증을 보여 주고 있다(왼쪽). 좌파 후보인 페드로 카스티요는 타카밤바에서 투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른쪽). 최종 승자는 오는 7월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현 임시 대통령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아 5년간 집권하게 된다.
리마·타카밤바 AP·AFP 연합뉴스
‘독재자의 딸이냐, 빈농 출신의 선생님이냐.’

신분만큼 상반된 이념과 행보를 보여 온 두 인물이 페루 대통령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급진 좌파 대 보수 우파, 사회주의 대 신자유주의, 아웃사이더 대 기성 정치인, 반(反)후지모리주의 대 반공산주의의 구도 속에 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는 초반부터 우파 민중권력당의 게이코 후지모리(46) 후보가 좌파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51)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진행됐다. 7일 새벽 현재 개표가 91% 넘게 진행된 상황에서 후지모리가 50.22%, 카스티요는 49.78%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최악 수준의 사망자(18만명)와 피폐해진 경제로 페루의 민심도 두 쪽이 나 있는 상태여서 누가 권좌를 차지할 것인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초박빙의 승부를 보여 주듯 투표 종료 직후 나온 두 차례 공식 출구조사의 결과도 엇갈렸다. 지난 4월 1차 투표에선 카스티요가 18.9%, 후지모리가 13.4%의 득표율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었다.

이번 선거는 후보들의 상반된, 특별한 이력과 극적인 승부 등으로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부모의 이혼 후 19세의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으로, 후지모리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떼지 못했으며 그 자신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앞서 2011년, 2016년 대선에도 출마해 결선에 진출했지만, 두 차례 모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페루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부녀 대통령이 된다.

급진 좌파 성향의 카스티요는 북부 작은 도시 푸냐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25년간 고향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2002년 지방 소도시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7년 페루 교사들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한 총파업을 주도했지만, 지난 3월 중순까지 지지율이 3%를 넘은 적이 없는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이었다. 그러던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남부 안데스 산간 등 시골 빈농들의 몰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페루는 최근 5년간 대통령이 5차례 바뀐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부패 혐의로 조사받았거나 수감됐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의회의 대통령 탄핵에 반발해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났고, 임시 대통령은 닷새 만에 사퇴했다. 카스티요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한 뒤로는 주가와 화폐 ‘솔’의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2021-06-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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