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을 사형수로 복역한 일본 87세 남성에 법원 “재심 허용”

47년을 사형수로 복역한 일본 87세 남성에 법원 “재심 허용”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3-14 09:09
수정 2023-03-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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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고등법원이 자신의 사건 재심을 명령한 13일 법원에 출석하지 않은 하카마다 이와오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의 자택 근처에서 산책을 즐긴 뒤 귀가하다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뉴스 제공 AP 연합뉴스
일본 도쿄 고등법원이 자신의 사건 재심을 명령한 13일 법원에 출석하지 않은 하카마다 이와오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의 자택 근처에서 산책을 즐긴 뒤 귀가하다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뉴스 제공 AP 연합뉴스
올해 87세의 일본 남성 하카마다 이와오는 무려 47년을 사형수로 교도소에서 보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그를 최장기 복역 사형수로 기록하고 있다.

하카마다는 2014년 자유의 몸이 된 뒤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가 오염된 증거 때문에 내려진 것이라며 계속 법정 싸움을 해왔는데 최고법원이 13일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일단 시계를 1966년으로 돌려보자. 프로 복서였던 그는 도쿄 서쪽 시즈오카의 간장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경찰은 사장과 그의 부인, 부부의 두 자녀가 강도를 당한 듯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자 하카마다를 체포했다. 구타 당하며 조사받은 끝에 그는 체포된 지 20일 만에 자신이 끔찍한 짓을 벌였다고 자백했다. 그는 나중에 법정에서 자백을 번복했는데 1968년 재판부는 아랑곳 않고 사형을 선고했다.

2014년에 하카마다는 감옥을 나와 지방법원으로부터 재심을 승인받았다. 수사관들이 증거를 심어놓았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도쿄 고등법원은 원심 파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그의 상고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에 다시 심리할 것을 명령했고, 고법은 곧바로 재심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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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 대신 법정에 나간 하카마다 히데코(가운데 왼쪽)가 재심 개시 명령을 듣고 법원 밖에서 변호사와 함께 크게 기뻐하고 있다. 교도뉴스 제공 AP 연합뉴스
남동생 대신 법정에 나간 하카마다 히데코(가운데 왼쪽)가 재심 개시 명령을 듣고 법원 밖에서 변호사와 함께 크게 기뻐하고 있다.
교도뉴스 제공 AP 연합뉴스


남동생을 대신해 법정 투쟁을 오래 해온 그의 누나 히데코(90)는 “오늘까지 57년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면서 “어깨에 한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반 세기 가까이 교도소에서 보내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말한다.

일본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아직도 사형제와 집행을 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이번 재심 결정을 “많이 뒤늦은 것이긴 하지만 약간의 정의를 되찾는” 조치라고 반겼다.

이 단체의 일본 책임자인 나카가와 히데아키는 “하카마다의 유죄 판결은 강요된 ‘자백’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들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재심에서는 용의자가 입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의류에서 발견된 핏자국에서 나온 유전자(DNA)가 하카마다의 것과 일치하는지가 쟁점이다. 하카마다의 변호인들은 일치하지 않으며, 다만 일치하더라도 경찰이 심어놓은 증거, 다시 말해 오염된 증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이 또 특별 항소하면 재심 과정에 또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변호인들은 이런 법률 체계가 문제 있다고 항변한다. 대법원에 특별 항소를 제기하지 않고 검찰이 신속히 재심 과정에 돌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변호사협회의 고바야시 모토지 회장은 “87세 나이에 47년 동안 몸을 옥죈 수감 생활을 견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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