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파출소는 ‘늙는 중’/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파출소는 ‘늙는 중’/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23-04-25 02:27
수정 2023-04-2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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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경찰의 인기는 대단했다. 경쟁률이 수십대1을 예사로 웃돌았다. 될 때까지 ‘n차’ 응시하거나 경쟁률 낮은 지역에서 원정 시험도 봤다. 선발 통지를 받으면 대입 합격했나 착각할 만큼의 축하를 받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의 풍경이다.

도심 근무의 장점이 컸으나 시위 진압대로서의 어려움도 적잖았다. 시위가 잦았던 1980~90년대에는 ‘군기’도 셌다. ‘닭장차’에서 도시락 2분 내 먹기, 물 먹지 않기 등 생리현상까지 통제했다. 그 시절 의경을 지낸 이들의 후일담이 그렇다. 7㎏쯤의 폴리카보네이트 방패를 그냥 들고 선 것 같지만 내부 규정이 있다. 시위대가 던진 물건은 피하지 말고 튕겨 낼 것, 방패 바닥면 고무 재질을 (날이 서게) 갈지 않을 것, 시민들이 침을 뱉고 오물을 붓더라도 일절 대응하지 말 것 등. 대부분 시민 안전을 위한 것들이다. 시위대와의 물리적 대치가 불가피할 때는 밀리지 않아야 한다. 폴리스 라인이 ‘뚫린’ 팀은 외출·외박 금지. 이런 후일담은 최근의 의경 전역자들한테서도 듣는다.

‘무궁화 봉오리 하나’ 계급장 이야기는 역사의 뒤안으로 간다. 마지막 의경인 1142기가 다음달 17일 전역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병역 자원 감소와 공공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의경 단계적 폐지안을 발표했다. 이후 해마다 인원을 줄여 2021년 985명을 마지막으로 선발했다.

의경 폐지를 선언할 때 어디까지 내다봤을까. ‘우리 동네 파출소’에서 풍선효과가 실감되기 시작했다. 신입 경찰 대부분이 기동대로 차출되면서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젊은 경찰을 보기 힘들어졌다. 의경이 완전 해산하면 더 심각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기준 파출소 근무 경찰의 33.2%가 50대 이상. 20대 경찰은 16.5%뿐이다. 긴급 출동한 순찰팀의 막내급이 50대인 곳도 적잖은 모양이다.

의경 폐지 전까지 신입 경찰은 지구대, 파출소에서 먼저 근무하는 게 관례였다. 최대한 신속한 초동 조치가 필요한 현장 업무에는 20~30대의 기동성이 변함없는 관건이다. “외부 경비인력이라도 파출소에 파견시키라”는 온라인 반응도 보인다. 경찰 인력을 의경만큼 더 충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장의 난제다.
2023-04-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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