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2030 보이스피싱 알바/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2030 보이스피싱 알바/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2-09-14 22:06
수정 2022-09-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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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현장 작업반장으로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 사고로 인부가 죽었다. 소식을 들은 작업반장의 아내는 불안해진다. 변호사인 남편 친구는 과실 치사로 재판받게 되면 남편이 무조건 처벌받게 되니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내는 남편을 살릴 생각에 아파트 중도금 7000만원을 보낸다. 보이스피싱이었다. 같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건설 현장 소장은 극단적 선택까지 한다. 동료들 돈 30억원을 날린 죄책감 때문이었다. 경찰 출신인 남편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콜센터에 잠입, 300억원을 노리는 피싱범들을 일망타진하고 경찰관으로 복직한다.

추석 연휴 때 방영된 ‘보이스’라는 보이스피싱 범죄영화의 줄거리다. 픽션이지만 현재진행형인 보이스피싱 범죄 양상과 다르지 않다.

보이스피싱은 2006년부터 본격화됐다. 인터넷전화가 보편화된 때다. 초기에는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범행 대상이었다. 지금은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변호사까지도 대상이 되고 있다. 피해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7년 2470억원에서 2019년 6398억원, 지난해에는 7744억원이다. 돈을 가로채는 방법도 아르바이트생이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건네받는 대면 편취는 물론 간단한 인증, 앱 다운로드 등으로 빼낸 개인정보를 이용한 현금 인출까지 다양화ㆍ지능화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 금융기관 사칭은 물론 전화번호 조작은 기본이다.

금융회사를 사칭해 정책자금을 손쉽게 받거나 저금리로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며 02나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남긴다. 하지만 이 번호는 해외 콜센터에서 범행을 기획하는 피싱범들이 국내 중계기로 조작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2030들이 대거 연루됐다고 한다. 경찰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운영한 전화금융사기 특별자수, 신고 기간에 자수한 피의자 101명 가운데 2030이 55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대학생도 17명이나 됐다. 이들은 부동산 계약금 수금이나 발신번호 조작 등의 일을 했다. 이들의 직업 등을 감안하면 경제난과 사회적 경험이 모자란 데 따른 불행이다. 금융사기에 젊은이들이 연루되고, 타인의 연락을 무조건 의심부터 하게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

2022-09-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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