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사노동의 공정성/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사노동의 공정성/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2-08-01 20:34
수정 2022-08-0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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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빨래, 음식 준비와 가족 돌보기 등 가사노동의 1인당 가치는 연 949만원(2019년 기준)이다. 통계청은 유엔 권고에 따라 관련 통계를 개발하고 5년 단위로 발표한다. 무급이라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성장 및 복지 정책 등을 세우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명목 GDP(1924조원)와 대비해 25.5%나 차지한다.

가사노동의 성별 참여율은 남성 27.5%, 여성 72.5%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줄곧 남성은 20%대, 여성은 70%대다. 그러다 보니 가사노동의 1인당 가치가 여성은 1380만원, 남성은 521만원이다. 맞벌이를 하든 아내 혼자 버는 가구든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에서 아내의 가사노동은 3시간 7분으로 남편(54분)보다 3배 이상 많다. 외벌이 남편(53분)과 맞벌이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 아내만 취업한 경우 남편의 가사노동이 1시간 59분으로 돈 버는 남편보다는 길지만 아내(2시간 36분)보다는 짧다. 가사는 여성 몫이라는 관념이 강해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1일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 나라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에 한국과 일본만 합계출산율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7월 발표한 ‘젠더(性) 격차 보고서’에서 남녀평등지수 1위인 아이슬란드의 합계출산율은 1.82명으로 0.1명 높아졌다. 2위 핀란드는 2년 연속 올라 1.46명까지 회복됐다. 99위인 한국은 2019년 0.92명에서 지난해 0.81명으로, 116위인 일본은 1.45명에서 1.30명으로 떨어졌다. 재택근무가 ‘남성의 육아 역량을 확인’시켜 준 면도 있지만 ‘회사 일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남편까지 돌보는 부담’을 늘린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 하지 않으면 눈에 확 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특히 성인이라면 ‘해 주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인식이 없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지 않으니까.
2022-08-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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