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산업화와 기계화가 막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프랭크 버드와 로버트 로프스터가 1976년 ‘버드의 빙산’ 이론을 내놓아 1(사망):10(경상):30(물적 피해):600(아차 싶은 사고)으로 세분한 것도 시대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 비율이 정확한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큰 산재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경고하는 상해 사고, 전조 현상이 목격되는데 이를 알아차리고 제대로 대처해야만 큰 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새기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법칙은 산재를 뛰어넘어 재난, 사회경제적 위기, 개인의 실패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등은 재앙의 전조가 숱하게 눈에 띄었는데도 이를 가벼이 여기고 대처를 다음으로 미루는 바람에 피하지 못했다. 지난 1월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도 2년 3개월 전부터 근처 상인들이 전조를 감지하고 숱하게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묵살한 것이 화근이었다.
우리은행 직원이 8년 동안 739억원을 횡령했는데도 은행은 까마득히 몰랐다고 한다. 숱한 전조를 지나친 결과일지 모른다. 통장 관리자와 직인 관리자가 분리돼 있지 않았고, 한 부서에 10년 근무하게 하는 등 기본적인 내부 통제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일 년 남짓 무단결근했는데 금융위원회로 파견 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4대 시중은행이 맞는지 고객들은 우두망찰하고 있다. 해마다 검사 나가 적발하지 못한 금융감독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22-07-28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