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3만 5373달러/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3만 5373달러/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6-08 20:34
수정 2022-06-09 01: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스태그플레이션에다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어려움이 닥치는 와중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소식 하나가 발표됐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국민계정(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최고액인 3만 537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4048만원, 4인 가족이 1억 6200만원 가까이 벌어들인 셈이다.

 이 지표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생활 수준의 척도가 된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67달러였으니 70년이 안 돼 520배 이상 커졌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은 나라 중 이런 성장세는 유일하다.

 2017년 3만 달러를 넘어선 뒤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째 줄다가 3년 만에 10.5%나 반등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3% 정도 내린 덕을 봤다. 전년 대비 증가액 3369달러를 해부하면 경제성장이 1315달러, 물가는 825달러, 환율이 1066달러 기여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2020년 일본이 4만 달러였으니 우리 눈앞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에 4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5000만명을 넘는 나라 가운데 일곱 번째라니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눴느냐는 질문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소득 불평등은 줄었지만 자산 불평등은 심화됐다. 자산 불평등을 가리키는 지니계수가 0.603으로 1에 더욱 가까워졌다. 2019년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에서 가장 높았다.

장애인을 돌보던 어머니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월 160만원으로 살길이 막막해 극단을 선택하고, 보육시설을 퇴소하는 ‘18세 어른’의 손에 정착금 500만원을 쥐여 주며 열심히 살라고 당부하는 실정이다.

 4만 달러를 오르락내리락 했던 일본과 3만 달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탈리아의 출산율이 각각 1.36명과 1.27명으로 성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우리는 0.84명이다. 안전망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영향인데 이를 촘촘히 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2022-06-09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