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러시아 베팅/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러시아 베팅/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2-03-06 20:26
수정 2022-03-07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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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1달러당 75루블 수준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하순부터 폭락, 지난 4일 달러당 123루블에 육박했다. 러시아 국민이 한 달 전 ‘국민 간식’ 초코파이를 2개 살 수 있는 돈으로 이제는 1개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전쟁이 계속되면 1개도 사지 못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달러화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되면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올려도 소용이 없었다. SWIFT 퇴출 소식에 러시아 국민들이 달러를 찾으러 은행에 몰려들었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주식시장을 폐쇄했다.

루블화 가치 폭락, 주식시장 접근 불가 등은 투자자에게 최대 악재다.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의 국채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낮췄다. 한국, 러시아 등 세계 25개국이 포함된 신흥국지수를 운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3일 이 지수에서 러시아를 뺀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연기금들은 특정 국가에 투자할 때 MSCI 지수를 따라 국가별 투자 비중을 정한다. 이 지수에 기반해 다양한 파생상품도 만들어진다.

국제금융시장은 러시아에서 떠나는데 국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거꾸로 움직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7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국내에 상장된 ‘KINDEX러시아MSCI’뿐만 아니라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 관련 ETF에도 투자했다. ETF들은 모두 폭락했고, 거래정지 또는 상장폐지 절차 돌입 등이 예정돼 있다. 기초 지수 자체를 못 만드니 파생상품이 휴지 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

무슨 생각으로 샀을까. 산 가격이 ‘바닥’이거나 매입가보다 비싸게 살 ‘더 바보’가 나타나면 다행인데 그 가능성은 낮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지만 이번 ‘러시아 베팅’은 수익(리턴)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위험(리스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기 책임이 강조되는 투자에서 신중해 손해 볼 일은 없지 않겠는가.
2022-03-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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