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95세 진행자 송해/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95세 진행자 송해/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2-01-26 20:14
수정 2022-01-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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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이들은 그의 시작 즈음에 대해 엇갈린 파편의 기억을 갖고 있다. 누군가는 그를 가수였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를 코미디언이었다고 말한다. 그보다 살짝 젊은 축들은 “영화배우 아니었나?”라고 기억을 되짚는다. 1955년 창공악극단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으니 가수가 출발인 것도 맞고, 1960년대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등 역사 속 희극인들과 함께 KBS ‘고전유머극장’ 등에서 시청자들 배꼽을 잡게 만들었으니 코미디언 또한 맞다. 1970년대까지 ‘요절복통007’, ‘단벌신사’ 등 숱한 영화에 출연했으니 영화배우의 기억도 그럴싸하다.

하지만 현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딱 하나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자칭 ‘일요일의 남자’ 송해(95)다. 누구든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 끓여 먹으며 보기 딱 좋은 이 프로그램을 1988년 이후 지금껏 진행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을 돌며 대중 속으로 들어가 함께 노래 부르고, 때로는 지역 특산물을 입에 욱여넣어 가며, 꼬마 출연자에겐 지갑 열어 용돈도 쥐여 주곤 했다. 초등학생 꼬마부터 70대 할머니까지 그를 ‘송해 오빠’라고 부른다. ‘국민MC’에 대한 예우이자 친근함의 표시일 테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시국이니 전국 순회 무대가 잠정 중단된 채 녹화분을 진행하는 것으로 축소되긴 했다.

그는 최근 두 가지 소식으로 잇따라 걱정과 기쁨을 던져 줬다. 병원 입원으로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불참했다는 소식, 그리고 ‘세계 최고령 TV 음악 탤런트쇼 진행자’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는 소식이었다. 무려 34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세계 최고 기록이 되기 충분하다. 1982년부터 2015년까지 미 NBC와 CBS를 옮겨 가며 토크쇼 ‘레이트쇼’를 진행했던 코미디언이자 방송인 데이비드 레터맨(75) 정도와 겨뤄 날짜 등을 잘 따져 볼 일이다.

황해도 재령 출신 실향민으로 한국전쟁에 통신병으로 참전한 송해는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새겨넣은 이다. 가끔씩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눈물짓기도 했다. 남북 간 평화와 자유로운 교류 협력은 당위의 통일교육이 아닌 ‘인간 송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니 그의 장수(長壽)를 빌 따름이다.

2022-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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