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라고 했다. 애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보니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1명도 안 되는 국가가 돼 버렸다. 자식 낳고 힘들게 사는 노인들을 봤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4.1%다. 고용률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다.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OECD 회원국 평균(14.7%)의 2배를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38개 회원국 중 1위다. 지난해 만년 1위였던 아이슬란드(31.0%)를 제치고 처음 1위가 됐다. 정부가 최근 몇 년간 노인 일자리를 장려한 측면도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것은 건강 등의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이 역시 OECD 1위에 회원국 평균(15.7%)의 세 배에 육박한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평균(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평균 소득의 절반도 못 번다. 빈곤은 자살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6.6명으로 OECD 1위이며 회원국 평균(17.2명)의 2.7배다. 2위 슬로베니아(36.9명)와의 차이도 크다.
65세 이상 인구가 아이를 낳았을 1990년대까지 합계출산율은 1.5명이 넘었다. 한 집에 1~2명은 낳았다는 이야기다. ‘주식 전도사’로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늘 한국은 노후 준비가 가장 안 된 나라라며 사교육비를 끊으라고 강조해 왔다. 노후를 책임지지 않는 자녀들을 위해 한국 부모들은 많은 것을 투자해 왔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16.5%에서 2025년 20.3%가 된다. 늙는 것은 무엇을 잘못해서 받는 벌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인 일자리를 통계 착시라며 비난할 일이 아니라 보다 좋게 만들려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물론 국가가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도 더 짊어져야 한다.
2021-11-3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