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 의원은 흑석과는 인연이 없다. 2019년 12월 상가를 팔아 거둔 시세차익 중 세금과 수수료 등을 제외한 돈은 기부까지 했다. 그런데도 ‘흑석 의겸 선생’이라 불린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기에 청와대 대변인이 대출까지 받아 25억 7000만원짜리 상가를 샀다는 사실이 국민들 뇌리에 박혀서다. 매입 대금에는 김 의원의 기자 퇴직금과 김 의원 아내의 교사 퇴직금도 있지만 전세보증금 4억 8000만원도 있었다. 청와대 관사에 들어가면서 전세보증금까지 투자했다.
청와대 대변인에게 관사가 제공되는 일은 드물다. 현 정부의 초대 대변인이었던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충남 공주 출신이라 직원 숙소 개념인 청와대 인근 연립주택에 입주했다. 반면 서울에서 살던 김 의원은 배우자와 함께 이곳에 입주, ‘관사 재테크’를 했다. 그 전에 살았던 곳은 서울 종로구 옥인동 다세대주택. 청와대에서 그리 멀지 않다.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인 ‘내로남불’을 위해 여러 방법이 동원됐다. 공인이 아니었다면 뛰어난 투자라고 주위가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의 부동산 투자가 다시 소환됐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재산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해 지난 3월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를 13억 8000만원에 아내 명의로 샀다. 김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에 “은행 대출 없이 딱 제가 가진 돈에 맞춰 산 집”이라고 적었다.
대출 없이 10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데 3년 전에는 왜 그랬을까. 30년 이상 맞벌이였던 부부가 은퇴 이후 받는 연금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김 의원은 2019년 3월 상가 투자가 문제 됐을 때 상가 임대료를 염두에 둔 투자임을 밝혔다.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등에게 재산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공인이니 재산 형성 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지 않나 검증하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도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며칠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했다. 내로남불은 못 고치는 것인가 싶다.
2021-07-0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