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경항모/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경항모/김상연 논설위원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1-04-22 20:40
수정 2021-04-23 03:3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취재차 미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탑승해 본 경험이 있다. 놀랐던 것은 그 큰 배도 파도에 따라 뒤뚱뒤뚱 넘실거린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방심하고 탔다가 배멀미에 고생했다. 전투기가 활주로 역할을 하는 짧은 갑판 위에 착륙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비행기에서 갈고리를 내려뜨려 갑판 위에 설치된 쇠줄에 걸리도록 함으로써 순식간에 멈춰 세우는 방식이었다. 갈고리를 거는 데 실패한 전투기는 상공을 선회한 뒤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두 번째도 실패하면 근처의 육상 기지로 가서 착륙하는 ‘불명예’를 안는다.

항공모함은 먼 거리까지 항공기를 싣고 가서 전투하려고 만들어진 무기다.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영국이 1919년 만들었다. 하지만 항공모함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전에 배치(취역)한 나라는 일본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22년이다. 유명한 진주만 공습은 일본의 항공모함 6척에서 이륙한 폭격기 400대에 의해 이뤄졌다.

오늘날 가장 많은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고, 그 뒤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이탈리아, 인도, 태국, 브라질 등이 잇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11척을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나머지 나라들은 1~2척 수준이어서 1위와의 차이가 엄청나다. 가장 큰 이유는 항공모함이 ‘돈 먹는 하마’이기 때문이다. 미군 조지워싱턴호의 경우 10여년 전에 이미 하루 유지비가 최소 1억원이 넘었다. 그래서 스페인, 호주, 일본 등은 항공모함보다 규모가 작은 경항모 보유를 택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6위 군사강국인 한국은 아직 경항모 한 척 없다. 그럼에도 해군이 지난 21일 3만t급 경항모 도입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나서자 또다시 찬반 논란이 일었다. 반대하는 쪽은 ‘가성비’를 든다. 주로 인접한 북한을 상대하는 나라에서 불요불급한 경항모를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하지만 항모는 원거리 작전뿐 아니라 근해에서 벌어지는 분쟁에도 요긴하다. 전투기는 연료가 금방 떨어져 장시간 작전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장 독도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때 육지에서 전투기가 발진하면 오가는 데만 연료의 대부분을 써야 한다. 일본의 경우 본토에서 독도까지 전투기가 날아오면 1시간 넘게 걸리는 반면 경항모에서는 5분 만에 발진시킬 수 있다. 이어도 수역 등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중국도 벌써 세 번째 항모 건조에 나섰다.

당장에 쓸모가 적어 보인다고 해서 차라리 그 돈을 다른 데 쓰자는 주장은 우주선 발사할 돈으로 아파트나 짓자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국가는 그렇게 운영되는 게 아니다. 한 번의 판단 착오가 국가의 존망으로 직결되는 안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carlos@seoul.co.kr
2021-04-2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