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영’ 아시아나항공/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영’ 아시아나항공/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09-13 20:36
수정 2020-09-14 01: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나라 최초 항공사는 1948년에 세워진 대한국민항공사(KNA)다. KNA가 1969년 대한항공(KAL)으로 민영화된 뒤에도 제한된 국내 시장 및 경쟁력 강화 등의 이유로 항공사는 하나였다. 정부는 1988년에서야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제2의 민간 항공사를 도입, 아시아나항공이 설립됐다. 정부는 항공사 간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할 수 있는 지역을 제한했으나 1994년 이를 폐기했다. 그 이후 한진그룹의 KAL,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의 양대 회사로 성장했다. 저가항공사(LCC) 가운데 진에어는 KAL,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KAL이 오너 일가의 각종 갑질로 구설에 오른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인수합병(M&A) 자금줄로 쓰이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의 대우건설·대한통운 M&A가 실패로 끝나면서 2009년 채권단 관리를 받다가 5년 만인 2014년 졸업했다. 금호그룹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각에 실패, 6년 만인 올해 다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지금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넣은 돈은 3조 3000억원이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 협상이 최종 무산되면서 산은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간산업안정기금 중에서 2조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총 5조 7000억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항공산업은 금융, 경영, 외교적 역량 등의 노하우가 요구되는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 대당 1000억원이 넘는 비행기는 언제 사서 언제 파는지, 또는 몇 년간 빌리는지에 따라 회사 현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외국과 항공 노선을 연결하거나 특정 시간대 비행기를 몇 대 띄우는 문제는 외교 역량은 물론 정치적 역량도 필요하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국내 사업장도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이런 항공사 경영의 어려움에 큰 짐을 하나 더 얹었다.

항공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라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핵심 항공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 주체가 사실상 국가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와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정상화되는 대로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매각이 거론될 수 있는 시점은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거나 백신 또는 치료법이 나온 시점일 것이다. 채권단은 ‘이르면 내년’이라지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의 자회사로 사실상 19년간 국영기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2000~2019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lark3@seoul.co.kr

2020-09-1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