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지난달 말 기준 4091억 7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하면 외환 수급 측면에서 당장 ‘달러 가뭄’ 현상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낮다. 외환보유액 규모로는 세계 9위(지난 1월 기준)이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직전인 1997년 말(204억 1000만 달러)이나 2007년 말(2622억 2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건전성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경계할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전인 지난 1월 20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8.1원이었으나 어제는 1245.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에 의한 리스크 확대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안전장치를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미 통화 스와프가 주목받는 이유다.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여 주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5개국 중앙은행과만 상설 협정을 맺고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우리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준이 호주,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았던 2008년 10월, 한미는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2010년 2월에 종료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는 이른바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가 진행 중이니,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2015년 한일 정부가 서로 큰소리를 내며 종료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 재개도 고려할 만하지만, 2017년 이후로 꽉 막힌 양국 관계를 돌아보면 갈 길이 멀다.
2020-03-1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