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박캔트’가 그렇다. 필자도 잘 몰랐지만 10대 자녀나 조카를 뒀다면 귀동냥했을 법하다. ‘빼도 박도+못한다(can’t)’의 한글 영어 약어 조합이란다. ‘아재’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 둬야 할 10대 신조어’에 올라 있다. SNS에서 대화할 때 알겠다는 ‘오케이’가 자음만의 조합인 ‘ㅇㅋ’ 혹은 ‘ㅇㅇ’가 된 지 오래다. 미국에서도 SNS 대화 때 알았다(I see)가 ‘IC’, 행운을 빈다(Good Luck)가 ‘GL’로, 약어가 일상화돼 있고 이런 줄임말은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 됐다.
바쁜 세상에 가급적 줄여 말하는 걸 나쁘게 말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하지만 약어가 너무 자주 바뀌거나 하면 헷갈리고 따라잡기도 어렵다. 나아가 약어를 바꾸는 배경에 의심도 생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우리의 눈과 귀에 익숙해진 게 불과 몇 달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의 며칠 전 발표에서는 CVID가 어느새 ‘FFVD’로 바뀌었다. ‘최종적이고(final) 완전하게(fully) 검증된(verified)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뜻이다. 그게 그거 같은데 아마도 바꾼 의도가 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를 못 넣은 비난이 트럼프 행정부에 쏠리자 물타기로 바꿨을 수 있다.
CVID보다 조금 센 영구적(permanent)인 PVID를 주장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 방문길에 오른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일정을 ‘향후 2년 반’이라고 했다. 최근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는 1년이면 된다고 더 나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술 더 떠 “우리는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 북한이 많이 헷갈릴 것 같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데 빼도 박도 못할 ‘빼박캔트 비핵화’를 이뤄 한반도 평화가 달성되면 더 할 나위 없겠다.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약어도 정리하고 시간표(time line)도 분명히 했으면 한다.
2018-07-05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