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파트 공화국/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파트 공화국/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7-09-01 22:34
수정 2017-09-0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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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공간은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통계청이 그제 밝힌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상 처음으로 아파트 가구 수가 1000만 가구를 돌파해 단독주택을 넘어섰다고 한다. 주택의 60% 이상이 아파트인 셈이다. 그야말로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 제국’처럼 비친다는 게 답일 것이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풍광이 좋은 한강 주변마저 온통 아파트 단지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한국에서의 아파트 인기를 실감하지 못할 외국인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선호 현상을 ‘현대적 삶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산업사회 초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중산층이 아파트를 부의 상징이자 낡은 습관을 버리는 행위로 여기면서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는 1993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의 충격과 호기심으로 우리나라의 대단지 아파트를 연구해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시즈 APT’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그런 그녀가 프랑스에서 실패한 주거 모델인 대단지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인을 유혹할 수 있었는지를 학문적으로 처음 설명한 것이다.

그녀의 연구 이전에는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좋아하게 됐다고 믿어 왔다. 그녀가 이 같은 믿음을 뒤집은 근거는 협소한 영토에 인구 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벨기에는 도시 집중화가 대규모 주택 건설로 결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각종 사회 현상이 우리보다 10여년 앞서 나타난다는 일본도 아파트 비율은 전체 가구 수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엔 도쿄 등 대도시 중심으로 주상복합 형태의 주거지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처럼 열광적이진 않다고 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통해 우리의 아파트 선호 현상을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 문화적 동질성으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구별 짓기’의 결과물로 아파트 등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 구별 짓기의 대표적인 행태로 고가(강남)의 아파트, 학교, 자동차, 명품 등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빨리빨리 문화’, ‘대세 추종 쏠림 현상’ 등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도시 중산층이 더이상 아파트로 구별 짓기를 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지면 아파트 단지는 급격히 사양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과연 구별 짓기가 없어지는 그런 날은 언제쯤이 될지.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7-09-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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