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공동육아나눔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공동육아나눔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김균미 기자
입력 2017-08-30 22:28
수정 2017-08-3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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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보육과 교육에서 사회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때 단골로 인용되는 아프리카 격언이다.
‘공동육아’ 하면 가장 먼저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 마을이 떠오른다. 맞벌이는 늘어나는데 믿고 맡길 보육시설은 부족하고, 획일적인 기존의 어린이집에 만족할 수 없었던 부모들이 1994년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설립했다. 부모들이 품앗이로 아이들을 돌봤고, 보육교사 선발부터 식단, 프로그램까지 부모들이 결정했다. 대안학교의 모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보다 경제적 부담은 컸지만 부모와 지역공동체가 육아에 직접 참여한 사례는 큰 관심을 모았었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정부의 저출산 지원 대책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9일 발표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도 저출산 지원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함께 공동육아나눔터 확대도 들어 있다.

2010년 5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공동육아나눔터는 급속한 핵가족화로 약화된 가족 돌봄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이웃들이 자녀를 함께 돌보고 육아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열린 공간’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간과 운영비를 지원한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학습활동과 체험활동 등 다양한 품앗이가 이뤄진다. 부모들이 돌아가며 자녀들과 함께 등하교를 돕기도 한다. 공적 지원이 가미된 변형된 성산동의 공동육아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정부는 현재 전국 66개 지역 149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동육아나눔터를 내년까지 19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예산도 올해 17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려 잡았는데 조정 과정에서 깎이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전국의 건강가정지원센터나 동네 도서관, 주민센터 내 공간을 나눠 쓰는 경우가 많다. 2013년 주민공동시설 설치 총량제 운영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아파트 단지 안에 하나 둘 공동육아나눔터가 눈에 띈다. 삼성생명과 롯데, 신세계그룹을 비롯해 대우건설, 경기도시공사, LH 등 건설사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아직은 공동육아나눔터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공동육아나눔터가 활성화돼 입소문이 나면 말려도 늘어난다. 그러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품앗이와 참여가 중요하다. 경로시설을 찾은 어르신들 옆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모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한 이웃 공동체를 기대해 본다.
2017-08-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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