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노면전차 요주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면전차 요주의/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6-14 22:08
수정 2017-06-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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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트램(노면전차) 도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서울, 대전, 수원이 ‘트램 1호 도시’가 되려고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고, 부산, 대구, 경기 화성·성남·부천·시흥까지 합치면 총 15곳에서 트램 건설을 추진 중이다.
트램은 1881년 독일 베를린에 처음 등장한 이래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유럽의 전통적인 건물과 어울려 도시를 장식하는 현대적 오브제로 사랑받는 트램이다. 일본에서는 1885년 고도(古都) 교토에 데뷔했다. 한반도에는 고종 때인 1899년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평양에도 노면전차가 운행됐으나 채산이 맞지 않아 1968년 남한에서는 자취를 감춘다.

트램은 건설·운영비가 지하철·경전철에 비해 덜 들어 지자체들이 군침을 흘린다. 그러나 의정부 경전철의 3676억원 파산 전철을 밟지 않을 보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일본을 보자. 전국 19개 트램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히로시마 등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 사단법인 공영교통사업협회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주행 1㎞당 비용은 버스가 433엔으로 가장 싼 반면, 노면전차는 845엔으로 두 배 가깝다. 변전소 등 설비비가 많이 드는 점, 짧은 역간 거리에서 차량이 달리고 서는 일이 잦아 전력 소비가 많은 점, 속도가 느려 승무원의 시간당 생산성이 낮은 점, 전차의 대당 가격이 비싼 점 등이 꼽힌다. 해마다 승객은 줄어들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노면전차의 발상지 독일에선 50개를 넘는 도시에서 트램이 맹활약 중이다. 운임 수입으로 경비를 충당한다는 개념에서 보자면 대부분 적자다. 그러나 ‘교통은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것으로, 채산성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라는 공공성의 개념이 확립돼 있다. 인프라 정비는 연방이나 주에서 부담하고, 운임 수입으로 모자라는 운영비는 해당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 트램을 선도하고 있는 대전시는 32.4㎞의 트램 구간 중 일부를 2021년 개통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723억원 건설비 중 60%를 국비, 나머지를 시비로 충당하는데, 연간 운영비는 218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트램은 도심에 주요 기능을 집중시키는 콤팩트시티에 적합한 교통수단이다. 트램 선진국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를 충분히 연구하고, 세금을 트램에 쏟아부어도 좋다는 시민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대전 사례를 지켜본 뒤 다른 도시가 따라가는 것도 늦지 않을 터이지만 당장 실적이 급한 자치단체장들이 그럴지는 의문이다.
2017-06-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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