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06-12 23:02
수정 2017-06-1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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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소련은 1950년대 우주과학 기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다. 불과 한 달이 지난 11월 3일에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떠돌이 개를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가뜩이나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져 있던 미국에 결정타를 먹인 것이다.
미국은 1958년 1월 31일 불과 13.97㎏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쏘아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2월 3일 소련은 1.3t짜리 과학탐사 위성 스푸트니크 3호를 발사한다. 인공위성 발사 기술이란 곧바로 대륙간탄도탄(ICBM) 전용이 가능하다. 인공위성 발사 기술에서 소련의 우위란 곧 새로운 핵탄두 운반 수단의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패배를 의미했다.

소련 정부가 주관한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를 대상으로 1958년 3월 18일부터 4월 14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심사위원은 에밀 길렐스 위원장을 비롯해 레프 오보린,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터 등 소련 피아니스트가 6명, 영국 작곡가 아서 블리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브라질 등 서방 음악가가 5명이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심사위원은 소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이 우승했다. 두 개의 에피소드가 전하는데, 심사위원의 한 사람인 리히터가 클라이번에게는 100점을 주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모두 0점을 주었다는 전설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채점 결과 미국인이 압도적 1등을 차지하자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에게 전화를 걸어 부랴부랴 재가를 받았다는 일화다.

미국 신문들은 ‘음악으로 소련을 눌렀다’고 대서특필했지만, 흐루쇼프는 크게 웃었다는 게 정설이다. ICBM 개발 경쟁에서 승리한 소련의 미국에 대한 여유의 표시였다는 것이다. 클라이번은 축하 음악회에서 앙코르로 소련 가요 ‘모스크바의 밤’을 연주해 전 세계에 유행시키기도 했다. 냉전시대 차이콥스키 콩쿠르란 분명 정치성 짙은 이벤트였다.

미국에서 1962년 시작된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이제 차이콥스키 콩쿠르만큼이나 권위를 인정받는다. 엊그제 선우예권이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순회 연주 및 음반 발매 기회를 어느 콩쿠르보다 많이 주는 대회로 유명하다. 선우예권이 이런 혜택을 후회 없이 활용해 경력을 쌓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무게 있는 피아니스트로 차근차근 성장하기 바란다.
2017-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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