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들어오는 너희를 처음으로 맞이했던 8년 전 11월 어느 추운 날이 기억나. 앞으로 새집이 될 곳곳을 둘러보는 너희 눈에는 설렘과 함께 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어려 있었지.” 지난 1월 퇴임식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두 딸에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쌍둥이 딸인 바버라 부시와 제나 부시가 보낸 편지 내용이다. 부시 자매는 이 편지에서 “백악관에서 보낸 8년간의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 삶을 윤택하게 해 줄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 백악관을 떠나는 오바마 자매를 응원했다.
백악관에 들어갈 때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딸 에이미, 치아 교정기를 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 등은 백악관에서 나올 때는 어엿한 숙녀로 변했다. 대학생이던 부시 전 대통령의 딸 제나는 결혼도 했다.
백악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대통령의 자녀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딸들은 학교 갈 때나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약혼식과 신혼여행 갈 때에도 경호원들과 함께 했으니 새장에 갇힌 새나 다름없었다. 일반인에게는 백악관은 ‘권력의 심장부’이지만 대통령의 어린 자녀들에게 백악관은 그저 부모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집’일 뿐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는 그 이전 대통령의 딸들인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권부의 중심 백악관의 막후 실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막말과 공격성이 보이지 않고 화합을 강조해 호평을 받은 배경에 이방카가 있다. 트럼프가 한 나라를 이끌어 가기에 성품이 부적합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연설은 종전보다 더 신중하면서도 덜 호전적인 말투로 임해 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한 이가 이방카란다. 이 밖에도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상하원 의원을 만나고, 여성 경영인들과 모임을 갖는 등 점차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매체인 포천은 “이방카는 미국이 지금까지 겪은 ‘퍼스트 도터’와는 다르다”면서 “과거 대통령의 딸들은 이방카가 누리는 영향력과 권력에 가까이 오지도 못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사업 홍보 등으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기도 하지만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조언자 역할을 한다면 이방카의 존재는 더욱 빛이 날 것 같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이방카가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과도한 정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방카가 아버지의 성공을 넘어 혹 먼 미래 ‘부녀’(父女)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백악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대통령의 자녀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딸들은 학교 갈 때나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약혼식과 신혼여행 갈 때에도 경호원들과 함께 했으니 새장에 갇힌 새나 다름없었다. 일반인에게는 백악관은 ‘권력의 심장부’이지만 대통령의 어린 자녀들에게 백악관은 그저 부모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집’일 뿐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는 그 이전 대통령의 딸들인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권부의 중심 백악관의 막후 실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막말과 공격성이 보이지 않고 화합을 강조해 호평을 받은 배경에 이방카가 있다. 트럼프가 한 나라를 이끌어 가기에 성품이 부적합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연설은 종전보다 더 신중하면서도 덜 호전적인 말투로 임해 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한 이가 이방카란다. 이 밖에도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상하원 의원을 만나고, 여성 경영인들과 모임을 갖는 등 점차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매체인 포천은 “이방카는 미국이 지금까지 겪은 ‘퍼스트 도터’와는 다르다”면서 “과거 대통령의 딸들은 이방카가 누리는 영향력과 권력에 가까이 오지도 못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사업 홍보 등으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기도 하지만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조언자 역할을 한다면 이방카의 존재는 더욱 빛이 날 것 같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이방카가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과도한 정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방카가 아버지의 성공을 넘어 혹 먼 미래 ‘부녀’(父女)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7-03-04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