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펜으로 교정을 본 인쇄물이 담긴 편지를 몇 년 만에 또 받았다. 편지를 보낸 이는 국어학자 이수열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장이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언론인이나 학자라면 한두 번쯤은 이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보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이 선생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초년병 기자 때였다. 문법과 어법에 맞는 바른 글을 써 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서점에서 찾다가 살아온 길이 비슷한 두 사람을 알게 됐는데 한 사람이 고 이오덕 선생이고 다른 한 사람이 바로 이 선생이다. 이수열 선생이 1993년에 펴낸 ‘우리말 우리글 바로 알고 바로 쓰기’라는 책을 열심히 읽었고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그 책을 읽고 공감을 하면서 내 딴에는 노력했으면서도 여전히 엉터리 국어를 구사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선생은 영어식, 일본어식 표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범람하는 피동형을 능동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서울신문 두 칼럼의 글에서 지적받은 표현은 스무 개가 넘는다. 고령이어서 글씨는 삐뚤삐뚤했지만 꼼꼼한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이는’(그것은), ‘장벽 설치의 목적’(장벽을 설치하는 목적), ‘건설될’(건설할), ‘설치돼 있다’(설치했다), ‘쳐다보며’(바라보며), ‘모두가’(모두), ‘침략으로부터 지키고’(침략을 맞아 지키고),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충격적이다) 등이다.
선생은 경기 파주시 송라동에서 나무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의 솔애울은 송라동(松羅洞)의 순우리말이다.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교원자격시험에 합격해 모교인 봉일천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1993년 서울여고 국어 교사로 정년퇴직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 등을 읽으며 우리말의 바른 어법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 한다. 연구에 그치지 않고 선생은 수십년 동안 신문 사설 등을 고친 뒤 필자에게 우편으로 부쳐 주는 등 국어순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때는 언론인이나 학자들에게 한 해에 50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 지극 같은 정성에 대한 선생의 대답은 간단하다. 기자나 교수들이 잘못된 표현을 쓰면 글을 배우고 읽는 학생이나 독자들이 잘못 알게 된다는 것이다.
선생은 헌법 문장부터 잘못됐다고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 ‘모든 국민은 ∼할 권리를 가진다’(10조)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할 권리가 있다’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 문장을 바로잡은 선생의 책이다. 국어 교과서의 잘못된 표현을 잡은 ‘우리글 갈고 닦기: 국어 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라는 책도 펴냈다. 구순을 눈앞에 두고도 바른말 전파에 여념이 없는 선생의 노고에 글을 쓰는 지식인들이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선생은 경기 파주시 송라동에서 나무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의 솔애울은 송라동(松羅洞)의 순우리말이다.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교원자격시험에 합격해 모교인 봉일천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1993년 서울여고 국어 교사로 정년퇴직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 등을 읽으며 우리말의 바른 어법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 한다. 연구에 그치지 않고 선생은 수십년 동안 신문 사설 등을 고친 뒤 필자에게 우편으로 부쳐 주는 등 국어순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때는 언론인이나 학자들에게 한 해에 50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 지극 같은 정성에 대한 선생의 대답은 간단하다. 기자나 교수들이 잘못된 표현을 쓰면 글을 배우고 읽는 학생이나 독자들이 잘못 알게 된다는 것이다.
선생은 헌법 문장부터 잘못됐다고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 ‘모든 국민은 ∼할 권리를 가진다’(10조)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할 권리가 있다’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 문장을 바로잡은 선생의 책이다. 국어 교과서의 잘못된 표현을 잡은 ‘우리글 갈고 닦기: 국어 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라는 책도 펴냈다. 구순을 눈앞에 두고도 바른말 전파에 여념이 없는 선생의 노고에 글을 쓰는 지식인들이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7-02-22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