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가성의 회복/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가성의 회복/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11-18 18:14
수정 2016-11-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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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人性)과 사회성(社會性)이라는 단어는 가끔 사용하지만 국가성(國家性)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생소했다. 얼마 전 한 시사 잡지를 읽으면서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국가성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특히 국가성이란 말을 사용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대선 주자들의 멘토이고, 당대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었다. 그가 말하는 ‘국가성’에는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가 사용한 국가성은 ‘국가다움’의 다른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성’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지난 17일 광주고법 형사1부의 재심 결과 때문이다.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재심 청구 끝에 16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사건이다. 무죄 선고를 받은 최모(32)씨는 10년 동안이나 억울한 옥살이까지 했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던 날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진범으로 김모(38)씨를 긴급 체포했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다. 억울한 옥살이와 사회의 냉대를 받으며 살아온 최씨에 대한 보상은 무엇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재심 재판부는 진정한 사과는커녕 겨우 유감 표명에 그쳤다고 한다. 변호를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10여년 전 이뤄진 재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과거 재판부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나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자살한 수사 경찰관에 대해서는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진 점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도 재심청구 당사자인 최씨에게는 “지난날의 아픔을 떨쳐 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며 유체이탈적 화법을 구사했다고 한다. 진정한 사과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8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전주지법 제1형사부가 피고인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과거 재판부의 과오를 반성한 것과 사뭇 달랐다.

국가를 대신하는 수사 기관인 경찰이나 검찰, 법적 판단을 하는 사법부의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를 수반하게 된다. 두 재판 결과에서 하나는 위로가 되고 또 다른 판결은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아마도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국가기관이 어떤 자세로 사과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1년 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진 백남기씨 사인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도 결국 국가성의 결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가 국가성을 상실하면 존재 의미가 없다. 국가성의 회복은 거창하지도 않다. 경찰이나 검찰, 재판부의 진정한 사과 한마디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1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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