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합격이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다. 그런데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무사안일과 철밥통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많다. “전형적인 공무원이다”는 말에는 ‘착하다’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없다는 비판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큰 잘못만 저지르지 않으면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은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한 손에는 자를 들고 다른 손에 규정집을 들고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을 방해하고 민원인을 괴롭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직자로서 사명감이 넘치기까지 한다. 자신도 모르게 행정편의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행정 관청에서 시민이나 민원인의 입장에서 제도와 규칙을 바꾸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행정 관청이 공무원의 입장에서 편리한 쪽을 선택하면 민원인은 불편해진다. 이러한 행정 행위를 행정편의주의라고 한다. 행정편의주의는 ‘재량권 축소’라는 의미와도 연결돼 있다.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려면 우선 공무원들이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또한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무엇보다 청렴해야 한다. 따라서 부지런하고 청렴한 공무원은 그렇지 못한 공무원에 비해 더 많은 재량권을 갖게 되며 신바람 나는 행정을 펼칠 수 있다.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일 처리로 문제가 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버들 류(柳)의 호적상 한글 표기를 ‘유’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예규 때문에 소송까지 갔던 성씨 표기 논쟁은 결국 모두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났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민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유가족들을 또다시 슬픔에 빠뜨린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세월호 참사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집에 병무청이 보낸 입영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아직 사망신고를 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지만 누군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측에서 희생된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해 큰 물의를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이들을 모두 제적 처리하면서 유가족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경기도교육청과 정치권이 나서 희생자들의 학적을 되돌리기는 했지만 유가족들이 이미 받은 상처는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단원고의 이번 사례는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자화상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행정 관청에서 시민이나 민원인의 입장에서 제도와 규칙을 바꾸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행정 관청이 공무원의 입장에서 편리한 쪽을 선택하면 민원인은 불편해진다. 이러한 행정 행위를 행정편의주의라고 한다. 행정편의주의는 ‘재량권 축소’라는 의미와도 연결돼 있다.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려면 우선 공무원들이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또한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무엇보다 청렴해야 한다. 따라서 부지런하고 청렴한 공무원은 그렇지 못한 공무원에 비해 더 많은 재량권을 갖게 되며 신바람 나는 행정을 펼칠 수 있다.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일 처리로 문제가 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버들 류(柳)의 호적상 한글 표기를 ‘유’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예규 때문에 소송까지 갔던 성씨 표기 논쟁은 결국 모두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났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민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유가족들을 또다시 슬픔에 빠뜨린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세월호 참사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집에 병무청이 보낸 입영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아직 사망신고를 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지만 누군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측에서 희생된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해 큰 물의를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이들을 모두 제적 처리하면서 유가족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경기도교육청과 정치권이 나서 희생자들의 학적을 되돌리기는 했지만 유가족들이 이미 받은 상처는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단원고의 이번 사례는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자화상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5-13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