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대비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만 맡기면 다 잘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있고,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맹목적인 시장경제 신봉자는 정서적인 불구자”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치사상가 에드워드 버크는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에 제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려면 자유를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막스 베버는 “시장의 문화는 절제의 문화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헌법 35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 헌법 119조 2항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된 타깃은 기업이다. 기업의 탐욕은 끝이 없다. 한때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동네 빵집까지 밀어냈던 게 대기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경고와 퇴장 카드를 내미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이지 않는 손(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면 보이는 손(국가)이 나설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소득이 증대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 경기가 부양된다는 낙수(水) 효과의 한계도 한몫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더민주에 들어가면서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비판했다. 한마디로 “후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하는 정책 정당”을 표방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못 한 실천을 해 왔다”고 반박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고 나섰다. 19대 총선 때처럼 4월 치러질 20대 총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다시 전면에 떠오를 조짐이다. 경제민주화는 ‘나 먼저’(Me First)에서 ‘우리 먼저’(We First)로의 전환과 같다. 공방은 거세면 거셀수록 좋다. 경제민주화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가능성이 커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1-20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