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메기효과/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메기효과/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5-12-03 23:24
수정 2015-12-0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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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1889~1975)는 생전에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다. 자신의 이론, 이른바 도전과 응전의 법칙을 효과적으로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청어는 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생선이다. 청어는 영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북해나 베링해협에서 잡혔다. 그러나 성질이 워낙 급한 탓에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거의 죽었다. 활어 상태의 청어는 냉동 청어에 비해 값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런데 항상 한 어부만이 청어를 싱싱하게 산 채로 내다 팔았다. 동료들의 끈질긴 성화에 못 이겨 털어놓은 어부의 비결인 즉 메기였다. 청어를 넣은 통에 메기 한 마리씩을 넣는다는 것이다. 청어 떼는 메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줄곧 도망 다니다 보니 자연 그대로 운반됐다는 얘기다. ‘메기효과’다.

토인비는 “좋은 환경과 뛰어난 민족이 위대한 문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주창했다. 문명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명저 ‘역사의 연구’는 도전과 응전의 논리를 집약했다. ‘큰 성공을 거둔 탁월한 사람, 아웃라이어(Outliers)는 타고난 환경과 특별한 기회의 조합에서 비롯된다’는 맬컴 글래드웰의 주장과 다르다.

지난해 12월 18일, 세계 1위 가구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가 경기 광명시에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미디어들은 ‘이케아 공포’, ‘공룡의 습격’이라는 표현마저 서슴지 않았다. 국내 업계에 대형 악재로 본 셈이다. 전 세계 42개국 300여 매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까닭에 당연한 지적이었다. 내수 부진에 침체된 국내 가구업체들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이케아 광명점 누적 방문객 수는 1000만명, 연 매출은 2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케아 공포’가 아닌 ‘이케아 효과’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케아라는 ‘메기’로부터 ‘청어’처럼 살아남기 위해 국내 업체들도 원가 절감에다 매장 대형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다. 대대적 체질 개선으로 변모에 성공하면서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에이스침대 등 ‘빅5’ 가구업체의 올 3분기까지 매출은 2조 3027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19.8% 늘어난 수치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K뱅크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예비인가를 얻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은행라이선스를 내준 사건이다. 금융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 마리의 메기를 만난 것이다.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경쟁에 뛰어든 것과 같다. 인터넷 세상에는 벽이 없다. 언제든지 엄청난 힘을 가진 ‘메기’와 부닥칠 수 있다. 때문에 변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고는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남기가 버겁다. 개인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도전에 대한 응전이 필요한 이유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5-12-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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