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주병철 논설위원

주병철 기자
입력 2015-09-11 17:58
수정 2015-09-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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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 남부의 자그마한 시골에서 연수할 때다. 어느 날 인근 도서관에 들렀더니 로비 게시판에 각종 메모지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피아노 배우기, 점심 같이 먹기, 포도밭 구경 가서 와인 시음하기, 문화재 탐방하기 등 수도 없이 많았다. 동참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이색적인 게 커뮤니티(지역사회) 모임 공지 사항이었다. 일시와 장소는 물론 저녁 메뉴, 행사 소개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시골이라 평소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아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이 몹시 궁금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참석해 보기로 했다.

모임에 나갔더니 개인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신고식(?)을 끝내고 저녁을 겸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세상 살아가는 얘기가 주류다. 커뮤니티에서의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도 제기한다. 정기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있지만 주간 단위로 각종 이벤트가 있다고 소개한다. 이를 계기로 커뮤니티 일원으로 등록돼 몇 차례 참석해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전출·전입자들의 동정도 이메일로 꼭 보내 준다. 한국판 반상회 같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원조는 마을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은 우리 삶의 터전이었고 마을은 공동체 의식으로 똘똘 뭉친 농촌의 상징이었다. 품앗이, 전통적인 계, 공동노동체 조직인 두레 등이 생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마을은 현대적인 마을로 탈바꿈해 가고 있지만 산업화와 농촌 젊은이들의 도시 진출로 삭막해진 지 오래다. 농촌은 마을 공동화 현상에 시름하고 있고, 도시는 도시대로 공동체 의식이 식어 가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촌 지역 빈집이 20년 전인 1995년 16만 가구에서 2010년 34만 가구로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45.7%가 1년 넘게 방치됐고 19.1%는 파손된 상태라니….

이런 터에 어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마을 살리기 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죽어 가는 농촌 마을은 ‘살리고’ 도시 지역에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에서는 주민 자치 역량 강화, 사회적 자본 형성, 커뮤니티 매핑(Mapping)을 통한 마을 사랑하는 마음 갖기 운동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눈길을 끈 건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으로 ‘경제적 가치’는 달성했음에도 국민의 삶의 질이 높지 않고 행복지수가 낮은 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마을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우리만의 DNA를 복구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농촌과 도시를 역동적으로 살리는 키워드라는 총평에 공감이 간다. 여기다 일과 사람을 상생시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09-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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