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불효자 방지법/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효자 방지법/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5-08-25 17:56
수정 2015-08-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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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오맹(吳猛)은 겨우 8살 때 이미 효자의 열공에 올랐다. 그가 행한 효는 이른바 ‘자문포혈’(恣蚊飽血). 한여름밤 일부러 맨몸으로 잠들어 모기가 마음껏 자신의 피를 빨도록 함으로써 아비에게는 얼씬도 못하게 만들었다니 이만한 효자가 또 있을까. 일찍이 모친을 여의고, 가난한 부친과 함께 지내던 중 여름마다 부친이 모기의 성화에 잠을 못 이루자 기꺼이 자신을 모기의 먹잇감으로 내던졌다고 한다.

제(齊)나라 사람 강혁(江革)의 효행도 남달랐다. 머슴살이를 하면서까지 홀로 된 모친을 평생 극진히 봉양했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홀로 계신 어머니를 누가 모시겠느냐”며 산적들까지 감동시켰다. 삯일을 해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행용공모’(行傭供母) 고사의 주인공이다.

이 밖에도 어머니 모시는 데 소홀해질까 봐 갓 태어난 자식을 묻어 버리고 어머니 봉양에만 매진했다는 ‘매아봉모’(埋兒奉母), 늙은 모친에게 죽순 탕을 대접하기 위해 대나무를 붙잡고 통곡해 죽순이 나오게 했다는 ‘곡죽생순’(哭竹生筍) 등 중국에는 대표적인 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24효(孝)’라는 책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대접하기 위해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연못에 들어가 잉어를 잡거나 어머니 약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으나 거센 강물에 막혀 안타까워하자 호랑이가 나타나 강을 건너게 해 줬다는 등 다양한 효자·효부(孝婦) 이야기들이 전래되고 있다.

불효자에 대해서는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엄한 사회적 처벌이 내려졌다. 옛 신문을 뒤적이니 이런 기사도 눈에 띈다. 1964년 2월의 일이다. 경북 경주의 한 마을 주민 300여명이 추방대회를 열어 재산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때리고 내쫓은 불효자 최모씨를 마을에서 영구 추방했다. 주민들은 ‘수화불통’(水火不通)이라는 결의문까지 채택해 최씨와 말을 섞는 주민들까지 함께 처벌하기로 했다니 불효자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던 셈이다.

사회가 점점 빨리 고령화되면서 노인 봉양 문제가 커지고 있다. 국가의 사회보장이 100% 완벽하지 못하다 보니 각 가정 스스로 해결할 몫이 크다. 최근에는 미리 재산을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가 자식들이 서로 부양을 외면하는 바람에 낭패를 겪는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그 때문에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돈을 수중에 남겨 둬야 대접받는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돈으로 효를 산다는 슬픈 이야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도 같은 맥락이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자녀를 상대로 부모가 증여나 상속한 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민법과 형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효도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것인데 효와는 담을 쌓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5-08-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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