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타이거맘/김성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타이거맘/김성수 논설위원

김성수 기자
입력 2015-07-30 00:16
수정 2015-07-3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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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계 캐나다 여성 제니퍼 판(29)의 비극적인 스토리는 ‘지옥에서 온 딸’이라는 기사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베트남에서 캐나다로 이민 간 판의 부모는 자기 아이가 공부는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1등이 되기를 원했다. 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판은 4살 때 피아노를 배웠다.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피겨스케이팅까지 익혔다. 판은 학업 스트레스로 자해까지 했지만 그의 부모는 오히려 전 과목 A학점, 연애금지 등을 요구했다. 평균 B학점을 받았지만 부모를 실망시킬 수 없었던 판은 성적표를 위조했다.

판은 마지막 학기에 미적분에서 낙제하면서 고교 졸업도 못 했지만 라이어슨대 조기 입학을 거쳐 토론토대에 진학했다고 부모를 속였다. 거짓말은 결국 들통이 나고 판은 남자 친구와의 연애도 금지당한다. 낙담한 판은 2010년 11월 해결사 3명을 동원해 부모를 청부살해하기로 한다. 강도로 위장한 총격 사건으로 어머니는 즉사하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는다.

판의 비극적인 사건이 보도되자 ‘타이거맘’의 폐해가 북미사회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한다. 타이거맘이란 호랑이처럼 엄하게 자녀 교육을 시키는 엄마나 부모를 말한다.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가 2011년 ‘타이거맘의 군가’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했다.

추아 교수는 호랑이 같은 중국 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가장 뛰어나다는 주장을 펼쳐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자기 아이들에게 매일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며 곱셈 문제를 2000개씩 풀게 했고 하루 평균 다섯 시간씩 악기 연습을 시켰다고 했다. 자녀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것이자 특정 인종의 우월성을 제기하는 주장이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추아 교수의 큰딸이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동시 합격하면서 일부 미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타이거맘 교육법 따라하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저우 민 미국 UCLA 교수 등은 지난해 학술지 ‘인종과 사회문제’에 게재한 논문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은 강압적 양육의 결과가 아니라 가족 차원의 노력, 자녀의 호응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이거맘처럼 아이를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사랑으로 겉포장했지만 도를 넘은 성적·학벌 지상주의나 다름없다.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8개 명문대) 등 명문대생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성공만을 강조하는 극성 학부모들이 원인의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입학했다고 주장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난 한국인 ‘천재 소녀’ 김모(18)양 사건도 성적에 대한 주변의 지나친 기대와 이에 따른 중압감에서 비롯됐다. 부모가 자녀에게 과한 기대를 하면 독(毒)이 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부모들이 먼저 깨달아야 한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2015-07-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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