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시진핑의 외교술/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진핑의 외교술/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15-05-26 00:16
수정 2015-05-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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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6월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놀랄 만한 발언을 한다. 회의 도중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나눠 써도 될 만큼 충분히 넓다”며 넌지시 운을 뗐다. 세계 1, 2위 국가인 미·중 양국이 싸우지 말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존하자는 메시지다. 이른바 시진핑 외교 전략의 핵심인 ‘신형대국 관계론’을 설파한 것이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아시아 회귀전략, 즉 중국 포위전략에 대한 중국의 반론이기도 하다. 포장은 그럴듯하지만 기득권을 쥔 미국의 입장에서는 태평양 지역의 절반을 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2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 시기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중국의 모든 외교 전략은 신형대국 관계론으로 수렴된다. 이 전략은 덩샤오핑과 후진타오의 외교 전략인 ‘때를 기다리라’는 도광양회와 ‘할 말을 하겠다’는 유소작위의 절충선으로 보면 된다. 한마디로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당분간 일전(一戰)을 피하면서 경제 대국의 길을 찾겠다는, 2등 국가 중국의 노련한 외교 안보 전략인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기 위해 최소한 15~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의 야심 찬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시 신형대국 관계론의 구체적 실천 수단이다.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범중국 경제권이 목표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중국으로 이동시키려 대미 경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냉전에 버금갔던 중·일 관계가 화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본 대표단 3000명에게 만찬을 베풀면서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乎)라며 환대했다. 당나라 시절 일본 유학생 아베노 나카마로를 언급하면서 “시인 이백 등과 깊은 우정을 나눴다”는 말로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까지도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비판하던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중일 우호증진’을 합창하고 나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시 주석의 원모심려 계책이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달 23일 중·일 정상회담 직후 “중국의 평화굴기 과정에서 중·일 관계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와 AIIB 구상에 경제 대국인 일본이 동참하는 것이 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설도 실었다. 비록 미국과 한 편이 돼서 군사적으로 중국과 대결 하고 있는 일본마저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15-05-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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