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영화 ‘버드맨’과 김치 냄새 논란/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영화 ‘버드맨’과 김치 냄새 논란/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기자
입력 2015-02-25 01:00
수정 2015-02-2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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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87회인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영화 ‘버드맨’은 왕년에 인기 절정을 누렸던 영화배우 리건 톰슨이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다음달 5일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그런데 영화 ‘버드맨’의 수상과 함께 찾아온 뉴스는 이 영화가 한국 문화를 폄하했다는 지적으로, 흥행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 극 중에서 버드맨의 딸 역할을 맡은 배우 에마 스톤이 동양인이 운영하는 꽃가게에 들러 꽃들을 가리키면서 “모두 김치같이 역한 냄새가 난다”(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고 대사를 쳤다는 것이다. 버드맨의 딸이 매우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보여 주려는 의도에서 설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한 해명 보도도 나왔다. 문제의 대사를 친 에마 스톤은 한식 마니아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날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40대의 퍼트리샤 아켓이 “우리는 그동안 다른 모두의 평등을 위해 싸워 왔다. 이제는 우리의 임금 평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가질 때”라고 멋진 수상 소감을 말하자 여배우 메릴 스트립과 가수 제니퍼 로페즈가 열띤 박수에 환호성을 보내 왠지 뭉클했는데 때아닌 ‘김치 냄새 논란이라니’ 싶다. 오히려 ‘김치’가 미국 영화 대사에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진 음식인가 싶은 의문이 우선되고 궁금한 것이 아닌가. 일본의 스시가 세계적인 고급 음식이 됐지만, 그전에 대중예술과 미디어에서 일본의 날생선을 먹는 문화가 야만적으로 묘사된 적이 적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다고 해도 발효 음식인 김치는 사실 먹기 쉬운 음식이 아니다. 고린내 같은 냄새로 숙성된 치즈랑 비슷하다. 요구르트도 처음 먹을 때는 떨떠름한 맛과 향이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음식에 들어가는 오장을 뒤집어 놓을 듯한 향채는 또 어떤가. 이런 각국의 특별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지상파 TV나 케이블 TV에서 오만 가지 품평이 쏟아지곤 했다. 그것은 특정 음식과 문화권을 폄하하는 것이었던가, 아니면 소개했던 것인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향락 생활과 죽음을 묘사한 미국 영화 ‘디 인터뷰’를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했다면 ‘김치 냄새’ 같은 대사는 덤덤히 넘어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 이현령비현령으로 적용하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면 말이다. 또 버드맨의 의도적인 네거티브 마케팅이라면 모를까. 한국 문화 폄하 논란은 과도한 의혹 제기다. 미국 영화 ‘루시’에서 최민식이 비정한 폭력배로 나와 한국어로 연기하거나, 007시리즈 중에서 북한이 테러 국가로 나오는 바람에 한국어(북한말)가 나오거나 하면 어색하면서도 재밌어하지 않았던가. 자국민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민족주의는 과도하면 촌스럽거나 못난 열등감의 폭발로 비춰진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2-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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