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수능 오류 논란/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수능 오류 논란/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11-17 00:00
수정 2014-11-1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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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은 산과 펙틴이 많은 과일로 만들어야 묽지 않고 잘 만들어진다. 딸기, 사과, 포도,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적격이다. 대입시험에서 이 문제가 나왔다. 다음 중 잼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배나 무로는 과연 잼을 만들 수 없을까. 정답이 발표되자 학부모들이 문제의 과실로 잼을 만들고 항의 파동을 벌였단다. 1980년대 학력고사 세대에게 교사들이 들려준 일화다.

지난 13일에 치른 201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이 떨어지는 ‘물수능’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여기에 영어와 과학 영역에서 출제 오류가 또 발생했다는 논란이 덧붙여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공신력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오류 논란은 수능 영어 25번 문항으로 정답이 2개라는 문제 제기다.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를 비교하는 도표를 제시하고 이를 설명한 내용 중 틀린 예시를 찾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정답을 4번으로 제시했는데, 추가로 5번도 정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도표에 휴대전화 번호 공개 비율이 2006년은 2%이고 2012년은 20%이므로 올바른 표현은 18% 포인트 증가했다고 해야 했지만, 5번 예시는 18%가 증가했다고 기술했으니 틀렸다. 18% 증가라는 예시는 2006년 2%가 2012년에 2.36%가 됐다는 의미다.

과학탐구 중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한 응시자는 16일에 오전 10시 현재 180여 명에 이른다.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해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이의신청은 오늘까지이고, 자문을 거쳐 24일까지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평가원은 지난해 치른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가 소송에 들어가 법원에서 패소한 전력이 있어 불신이 깊다. 평가원과 교육부 등은 해당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1만 8884명의 성적을 재산출해 최대한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약 1년간 해당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준 뒤였다.

수능 오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는 학생·학부모들이 이의신청 끝에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2008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물리Ⅱ 11번 문제도 한국물리학회의 이의신청으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수능성적 통지 후인 터라 수험생 등급을 재산정하고 정시모집 일정을 연기했다. 평가원은 2010학년도 수능 지구과학Ⅰ의 19번 문제의 오류는 지구과학 담당 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시인했다. 오류를 은폐하기보다 합리적으로 인정하고 추가적인 혼란·혼선을 빚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1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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