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한국농공학회 부회장
준공된 지 50년 이상 된 노후 농업용 저수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집중호우 같은 양상이 반복될 경우 저수지 붕괴로 인해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축조된 저수지들의 시설 기준이 현재 설계 기준(200년 빈도 또는 기왕 최대홍수량×1.2배)에 한참 못 미치는 탓이다.
농업기반시설 통계연보(2021년)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 1만 7106곳 중 50년 이상 된 저수지가 86.6%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안전점검 결과 시급한 보수가 필요한 D/E 등급은 699곳(4.1%)에 이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매년 수리시설 개보수사업비로 7500억원 가까이 집행하고 있지만, 노후시설의 보수·보강 속도는 더디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개보수사업비 중 저수지 보수·보강에 쓰이는 예산은 지난해 기준 3705억원 정도며, 매년 약 100지구 정도 준공되고 있다. 50년 이상 된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는 2572곳으로 단순 계산해도 보수·보강에 25년 이상 걸린다. 노후 농업기반시설 보수·보강 예산에 대한 정부 지원이 획기적으로 증가돼야 한다.
이번 힌남노 태풍 피해 사례에서 농업용 저수지는 대부분 흙으로 축조된 필댐이었다. 콘크리트로 축조된 다목적댐에 견줘 홍수 재해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 보수·보강 시 단순히 댐 제체 높이만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과 수문학적 조건을 고려해 이수·치수 능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대부분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만 심각한 재난을 피할 수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노후 농업용 저수지의 성능 개선을 위한 정부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전국에 반백 년을 훌쩍 넘은 노후 저수지가 산재돼 있다. 방치해 물폭탄을 만들 것인가, 귀중한 수자원으로 쓸 것인가.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질문에 정부는 더이상 대답을 회피하지 않길 바란다.
2022-10-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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