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봉피양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유통업체 마켓컬리와 함께 기획, 출시한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ㆍ레스토랑 간편식) 덕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RMR로 구현된 봉피양의 냉면, 돼지갈비 등이 마켓컬리에서 내는 매출은 실제 운영 중인 봉피양 매장 한 곳의 매출과 비슷한 정도까지 성장했다. 고객들이 매장으로 올 수 없으면 집에서 매장의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의 전환과 유통업체와의 협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음식을 집에서 조리 과정 없이 간편하게 즐기는 기존의 가정 간편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에서 한발 더 나아간 RMR은 식당의 메뉴를 집에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구현한 제품이다. 유명 맛집, 호텔, 그리고 지역의 허름한 노포(老鋪)까지도 RMR 제품을 내놓으며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식당의 메뉴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집 냉장고에서 꺼내 덥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RMR의 매력이다.
RMR은 배달음식과 달리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 배송되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든 멀리 떨어진 식당의 메뉴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RMR은 대량 생산을 위한 제조 시설, 전국 유통에 맞는 패키지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 식당 단독으로 뛰어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생소한 과정을 함께 고민했던 숨은 조력자가 새벽배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사들이다. 온라인 유통사들은 고객들의 수요, 식품 제조사들의 특성 등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당과 제조사를 적절히 연결하며 RMR을 함께 기획하고 유통하며 위기에 처한 식당들에게 큰 힘을 실었다.
예컨대 마켓컬리가 식당과 협업한 RMR은 700여개에 달하며 봉피양뿐만 아니라 50년 된 작은 노포 ‘유림면’의 메밀면, 광장시장 터줏대감 ‘박가네’의 빈대떡, 부산에 위치한 ‘사미헌’의 갈비탕을 전국 어디서든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 식당들은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며, RMR에 만족한 고객들이 직접 그 맛을 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선순환 구조도 생기고 있다. 식당과 유통사의 협업이 코로나로 침체된 자영업과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21-11-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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