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국내 코로나 확산세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종식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나라밖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아,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경제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를 보면 ‘코로나 고용한파’로 인해 올해 4월까지 실직자 규모가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 역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판매신용 잔액이 전분기 대비 6조 1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되며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 효과 뚜렷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중순부터 풀리기 시작한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내 경제에 단비가 되고 있다. 신청을 받기 시작한지 2주도 안돼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신청하는 등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반응은 뜨겁다.
특히 최근 한 매체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축산, 청과, 식품 부분의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동네마트 매출이 45% 오르면서 지역상권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는 다소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소비자로서 국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고령자로 보이는 이용자가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안경과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샀다는 댓글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평소에 선뜻 구매하지 못한 물건을 사거나 주거지 인근 상점들을 새롭게 알 수 있게 되어 좋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신용·체크카드 집중 지급 방식, 온라인 소상공인 소외 등 한계점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머물던 ‘포용 금융’은 첨단 기술이나 현란한 금융 기법이 아닌 이렇게 누구나 바로 금융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들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실험이 더 고도화될 수 있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번 재난지원금 사용의 80% 이상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집중되었는데, 기존 금융상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들은 여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20% 이상의 차지하는 이커머스 소상공인 역시 이번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배제되었다.
대형유통과 달리 오픈마켓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3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온라인 소상공인이 영업을 하고 있고, 언택트 소비성향을 확인한 소상공인들이 앞으로 온라인 채널에 더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온라인 채널을 포용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언택트 소비성향으로 확인한 디지털 전환, 혁신금융 실험 더욱 장려해야전례 없는 전국민 대상 현금성 지원 정책이라는 특수성으로 도입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도화된 금융과 온라인 인프라 덕분에 신청과 수령 자체에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노력 덕분이다. 다만 정책의 효과를 확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이 향후에 다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보다 다양한 결제 시스템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후불결제와 같은 혁신금융 서비스에 대한 실험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활성화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한 혁신금융 실험이 더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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