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정치부 차장
사드 정국이 워낙 출렁이다 보니 도대체 중국이 어디까지 가려는지가 궁금해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려 봤다. 위치와 업무 내용에 따라 편차가 있었는데 현장에, 실무에 가까울수록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전망은 가장 ‘최전선’에 있는 중견 관료가 내놓은 것이었다. 그는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현장에서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가 배어 나왔다.
이 관료의 입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사드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느낌은 ‘감정상의 문제’가 분명하다”고들 입을 모았다. 외교 분야 한 핵심 인사의 말과 맞춰 보니 실제에 가까운 진단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이 인사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후 “어느 때부터 중국과의 논의가 완전히 단절됐고, 이후 중국은 사드와 관련해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의 감정은 지난 6월까지는 완전히 틀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때가 6월 말이고, 시 주석과 중국은 황 총리에게 상당한 예우를 했다고 한다. 중국의 감정이 크게 틀어졌다면 황 총리를 아예 만나지 않았을 수 있고, 더더구나 예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상의 문제라면 관계 회복은 생각보다는 더 어려울 수도, 더 쉬울 수도 있다. 다만 얼마 전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학원 마융(馬勇) 교수가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낸 글은 관계 개선의 단초를 보게 한다. 그는 ‘중국 외교의 과격 반응’이라는 글에서 “사드 문제는 한국으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부분이 있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과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국 지도부가 관변 싱크탱크에 ‘한국과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막 들려온 터였다. 사실이라면 다행이다.
사드를 둘러싼 현 국면에 가장 큰 변수가 생긴다면 아마 북한의 5차 핵실험일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으므로 더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 핵의 ‘실전 배치’가 목표인 북이 핵무기를 정교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는 게 맞다. 북으로서는 지금 당장이야 중국의 ‘너그러움’을 거스를 이유가 없지만, 북이 원하는 상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연말 미국 대선을 전후로 미국의 관심을 끌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세가 4차 핵실험의 전후가 판이했듯 5차 핵실험은 그 분위기를 또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5차 핵실험은 중국을 크게 곤란하게 할 수 있다. 그때 가서 ‘사드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불러왔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이 곤란해지면 전체 상황이 엉키기 쉽다. 이른 감은 있으나 중국을 위한 출구 마련에 외교력을 모을 때다.
jj@seoul.co.kr
2016-08-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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