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락 논설위원
이런 위기에 할랄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할랄산업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된 식품·의약품·화장품 산업 등은 물론 무슬림들이 편하게 느끼고 생활하고 머물 수 있게 하는 관광, 패션, 금융업 등을 모두 가리킨다. 할랄산업의 중요도는 각종 통계에도 나타난다.
28일 명지대 아랍지역학과에 따르면 2012년 무슬림들의 식품 및 비알코올 음료 소비액은 1조 880억 달러로 전 세계 소비액의 16.6%를 차지한다.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이다. 글로벌 식음료 업체인 네슬레는 1992년부터 할랄 식품 개발에 나서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식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슬람 제약 시장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2018년 무슬림들의 의약품 소비액은 970억 달러로 세계 전체 소비의 7%를 차지할 전망이다. 무슬림의 의류와 신발 시장은 2012년 전 세계 소비액의 10.6%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전 세계 무슬림의 모바일폰 가입자 수는 13억 3500만명으로 전 세계 21%를 차지했다.
2012년 무슬림의 화장품과 개인위생용품은 260억 달러로 세계 소비액의 5.7%를 점유했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화장품 가운데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 화장품 업계가 발빠르게 할랄 인증을 받기만 하면 이슬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무슬림의 세계 여행 지출액은 2012년 1조 950억 달러로 미국, 독일, 중국인보다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연간 약 20만명이 해외 의료관광을 떠난다. 2012년 253만명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한 태국은 미국, 영국, 독일, 이집트와 더불어 아랍 의료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3개월 동안 비자를 면제하는 것은 물론 환자 한 명당 3명의 동반자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할랄산업에 진출하려 하지만 특정 종교 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지자체가 할랄산업을 유치하면 한국이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이슬람국가(IS)의 배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해 전북 익산시와 강원도가 할랄산업을 육성하려다 철회한 상태다. 하지만 100여개 이상의 국내 기업들이 할랄 관련 식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무슬림 유입이 전혀 없었다. 할랄산업은 말 그대로 사업이다. 종교적 신념과는 분리해 봐야 한다. 할랄산업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산업의 돌파구다. 이슬람권이 세계 인구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할랄시장이 매년 20%가량 성장하는 만큼 국익과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가 할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jrlee@seoul.co.kr
2016-03-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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