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중국에서 온 산타/이종락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중국에서 온 산타/이종락 산업부장

입력 2014-12-25 18:06
수정 2014-12-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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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산업부장
이종락 산업부장
성탄절이 지났다. 올 성탄절은 원전의 사이버테러 위협 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고, 경기 침체 여파인지 비교적 차분하게 지나갔다. 유일한 예외라면 서울 명동 일대가 24일, 25일 이틀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을 뿐이다. 국내 현안들과는 관계없는 유커들의 물결로 명동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명동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 나면서 인근 가게들의 주인이 속속 중국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떠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명동 상권이 움직이자 중국인들이 아예 명동의 부동산을 직접 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명 패스트푸드점의 국내 1호점은 29년 만에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로드숍 화장품 매장이 들어왔다. 이 화장품 브랜드는 명동에만 무려 12군데의 매장이 있을 정도다.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은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보니 영락없이 ‘Made in China’라는 레이블이 붙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꼭 10년 전 일이다. 미국에서 연수 생활을 하던 기자는 성탄절 즈음에 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사가 ‘중국 제품의 홍수’를 주제로 연일 지면과 뉴스를 장식하던 장면을 목격했다. 한 유력 신문이 ‘산타클로스는 더이상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고 중국에서 온다’는 기사를 게재한 뒤 언론 매체들이 앞다퉈 이를 소재로 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당시 언론의 보도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켓에서 중국산 제품이 판을 치면서 대다수 미국 어린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Made in China’ 제품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10년이 지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전부터 지속된 현상이다.

문제는 성탄절 선물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동산을 비롯해 한류, 소비재, 패션, 정보기술(IT), 여행 등 전방위로 중국 자본이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10월 말까지 관광 수입이 147억 8200만 달러로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연간 수입 141억 6500만 달러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물론 한국에 오면 1인당 1738.4달러를 지출하는 유커 덕분이다.

국내에 중국 자본이 증가하고, 우리나라에서 많은 돈을 쓰고 가는 중국인들을 산타로 여기며 마냥 즐거워해야만 할까. 최근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중국 리스크’를 생각하면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최근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기본구조를 수출과 투자에서 민간 소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장 둔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실제 1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4% 증가하며 5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대비 2.7% 하락했다. 이는 33개월 연속 하락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목표치를 7% 안팎으로 낮출 것이라는 일관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 교역량의 5분의1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 의존증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위안화 직거래까지 확대되면 통화 부분도 중국에 종속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중국이 감기를 하면 한국이 몸살을 앓는 상황이 더욱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마치 산타가 중국에서 온 것처럼 성탄절에 중국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 모습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jrlee@seoul.co.kr
2014-12-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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